尹, 美 전략 핵잠 내부 시찰… “확장억제 강화 의지 잘 보여줘”

‘켄터키함’ 기항 다음날 北 미사일 도발
한미연합사령관 “중요 구성 요소”
北,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로 압박
견제·저지 위해 미사일 활용 의도
부산까지 교전 지역땐 연합군 부담
韓·美·日, 2차 경제안보대화 개최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부산에 기항 중인 미 전략핵잠수함 켄터키(SSBN-737) 내부를 둘러보고 근무 중인 해군 장병들을 격려했다. 북한이 켄터키함 기항에 반발해 이날 새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켄터키함을 직접 방문해 한·미동맹과 확장억제 강화 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서 켄터키함 승함 직전 격려사를 통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 중 하나인 미국의 SSBN 켄터키함을 방문하게 돼 뜻깊고 든든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우방국 대통령으로서는 제가 처음으로 SSBN을 방문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 인사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 앞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켄터키함의 부산 기항에 대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전개하고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은 켄터키함이 “미국의 핵 전력 3각체계 중 아주 중요한 전략적 플랫폼”이라며 “가장 생존성 높은 3각체계 자산 중 하나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의 중요 구성요소”라고 소개했다. 켄터키함은 선체 길이가 170에 달한다. 최대 사거리 1만2000㎞에 달하는 트라이던트-Ⅱ 핵탄두유도탄 20여개를 적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해군작전사령부로 이동해 공동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을 격려하고 해군 작전 대비태세 현황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진정한 평화는 한·미동맹의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일을 거론하며 “강력한 국방력만이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날 새벽 부산에 기항한 켄터키함을 겨냥해 SRBM을 쏜 것은 미 전략자산과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저지하려는 북한의 전략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주로 모습을 드러내는 미 전략자산은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폭격기다. 미국의 군사력과 핵 억제력을 상징하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된다.

북한은 전부터 한반도 유사시 미 전략자산과 증원전력의 전개를 견제·저지하고자 미사일을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전략자산과 증원전력이 한반도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활용될 부산·포항 항만과 김해·대구 소재 공항 등을 미사일로 타격, 미군 전개에 차질이 빚어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북한이 19일 새벽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기습 발사했다. 연합뉴스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SRBM을 계속 쏘아올리면, 한·미연합군은 이를 요격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휴전선에서 부산까지 전부 교전지역이 되면 한·미연합군의 부담은 한층 커진다. 전술핵을 탑재한 SRBM을 발사해 부산항 등 상공에서 폭발시킨다면 효과는 더욱 크다. 항만과 공항시설은 방사능 피해와 더불어 전자기기를 마비시키는 전자기펄스(EMP) 등으로 상당 기간 사용이 어려워진다. 1발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북한이 이런 전략에 주목하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3국 정부가 제2차 경제안보대화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미·일은 경제·기술·에너지 안보 협력, 양자·우주기술 등 핵심기술 협력, 디지털 인프라 및 표준 관련 협력 등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곽은산·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