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묻은 옛 기억 새록새록…인천 선학초교 타임캡슐 개봉
물 차 대부분 형태 망가졌지만
옛 추억 떠올리며 아쉬움 달래
“20년 전 쓴 편지를 보니 그날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19일 오후 3시께 인천 연수구 선학동에 있는 선학초등학교 운동장. 포크레인이 흙을 퍼내 20년 전 학생들이 묻은 지름 70㎝에 높이 1m 크기의 타임캡슐을 건져낸다. 붉은색 플라스틱 김치통인 타임캡슐이 열리자 수많은 편지와 카세트 테이프, 교과서, 수첩, 열쇠고리 등이 쏟아진다. 이 학교 재학생 1천983명과 교직원 70명은 지난 2003년 7월19일 여름방학식을 하면서 ‘20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와 ‘가장 아끼는 물건’ 등을 타임캡슐에 담았다. 당시 재학생들은 1991~1996년생으로 현재 27~33세이다.
하지만 20년 만에 마주한 타임캡슐 속 물건들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편지와 물건들을 비닐에 몇번이나 싸맸지만, 타임캡슐인 플라스틱 통 안에는 물이 들어차 대부분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기 때문이다.
이날 타임캡슐 개봉식에는 황은수씨 등 당시 재학생 200여명과 이명수 전 선학초 교장(76) 등 당시 교직원 10여명 등이 참석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아쉬움에 비닐 장갑을 끼고 자신의 물건을 찾으려 안을 뒤지기도 했다. 김은섭씨(29)는 “20년 전 쓴 편지를 보니 담임 선생님이 떠오른다. 편지에 ‘우리반 선생님은 아주아주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이다’고 써있다”고 했다. 이어 “편지에 적혀있는 친구들 이름을 보니 얼굴까지 기억이 난다”며 “20년 전 내가 쓴 편지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오랜만에 학교 선후배, 은사들을 만나 아련한 옛 추억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선학초는 학교 대강당에 졸업생과 교사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아쉬움을 달랬다.
강수진씨(30)는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글 쓰는 걸 싫어했는데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해줘, 자신감을 얻은 기억이 난다”며 “연락이 끊긴 선생님과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또 7개월 아기와 함께 온 한은비씨(32)는 “동창들과 만날 때마다 타임캡슐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드디어 개봉했다”며 “내가 다녔던 학교에 이렇게 아이와 함께오니 시간이 참 많이 흘러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 전 교장은 “비닐을 여러 겹으로 싸고 실리콘으로도 밀봉했는데 통에 물이 들어가 편지와 물건이 상해 마음이 아프고,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를 계기로 졸업생들이 옛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20년 전 자신의 모습도 떠올리는 것을 보니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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