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생존"…'밀수' 김혜수, 언니니까 믿고 본다(종합)[인터뷰]

김보라 2023. 7. 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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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조춘자의 키워드는 생존이다. 엄진숙에게 진심을 드러내지만 자신의 생존과 연관됐을 땐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다.”

배우 김혜수의 말대로 ‘밀수’의 조춘자 캐릭터는 먹고 살아가는 데 집착하는 인간의 한 표상을 보여준다. 절체절명의 위기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나게 만드니까.

1970년대 초반 대대적으로 밀수를 단속하던 시기 바닷마을 군천의 해녀들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생계가 막히자, 자신들의 최대 장기를 살려 바닷속 깊은 곳에서 밀수품을 건져 올린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잠재된 욕망을 불태운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2022)에서 사회정의를 향한 올곧은 마음으로 빛나는 판사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녀가 영화 ‘밀수’에서는 방향을 틀어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이든 소화하는 계략적인 인물을 완성했다. 매 순간 극적인 얼굴로 묵직한 감동을 안겨 온 김혜수. 그녀이기에 조춘자는 비로소 눈을 떴다.

김혜수는 19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진심으로 (캐릭터에) 몰입했을 때는 군더더기 없이 진짜여야 한다. 물론 (캐릭터가 가상의 인물이기에) 가짜지만 그럼에도 진심을 담아서 연기한다. 다만 심플하게 진심인 순간이 있다”며 “그때는 제가 느끼는 흐름에서 몰입의 진정성,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작품에 임하는 자신만의 태도를 전했다.

김혜수의 스크린 복귀작 ‘밀수’(감독 류승완, 배급 NEW, 제작 외유내강)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 범죄 활극.

김혜수는 해녀 조춘자 역을 맡아 해녀 엄진숙 역의 배우 염정아와 여성 투톱 작품을 완성했다. 김혜수가 연기한 조춘자는 밀수로 떼돈을 벌 수 있다고 믿고 절친한 친구 엄진숙을 설득한다.

이날 김혜수는 “저는 여성 투톱영화로서 책임감을 느꼈다기보다 캐릭터 대 캐릭터의 관계성, 그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밀수’는 단순한 스토리라서 배우들의 앙상블과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밀수’는 지난 18일 언론 및 일반 관객들에게 처음 공개됐는데 전반적으로 호평이 터졌다. “어제 오랜만에 언론시사회에 참석해서 약간의 찡한 감정을 느꼈다. ‘아! 영화 개봉할 때 원래 이랬었지’ 하는 마음을 다시금 느낀 거다. 이번 작품은 선물 같았다. 너무나 진심으로. 정말 뜨거웠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개성 강한 얼굴로, 다양한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도맡아온 김혜수도 늘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날 그녀는 “현장에서 초, 분 단위로 모니터를 하면서 내가 정말 제대로 임했나 싶을 때가 많다. ‘나는 여기서 더 안 되나?’ ‘내가 왜 이러지?’ 싶을 때가 있는 거다. 카메라의 시선에서 내 연기가 정확하게 담기기 때문에 보면서 감탄하며 만족할 때가 별로 없다. 현장에서 아무리 좋은 에너지를 받아도 연기하는 과정 자체는 매번 괴롭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수영을 할 줄 아는 김혜수는 전작 ‘도둑들’(감독 최동훈·2012)을 하면서 약간의 물 공포증이 생겼지만 ‘밀수’에서 해녀 역의 동료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극복했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할 때 최대치로 숨을 참았지만 마지막까지 참으면 안 된다. 다시 촬영을 하더라도 일단 80%까지 해내고 수면 위로 올라가 숨을 쉬어야 한다. 저는 관건이었던 컨디션 조절 빼고는 대부분 좋았다. 원래 수중신에 문제가 없는데 혹시나 그런 상황을 다시 겪게 될까 봐 걱정했던 거다. 다행히도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그런 상황은 오지 않았다.”

류 감독과 제작진이 공개한 콘티를 스크린에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했다는 김혜수는 “촬영 전에 ‘이 콘티대로 한다고?’ 싶었다.(웃음) 종이 콘티와 함께 3D 콘티도 있었다. 류승완 감독님이 대단한 게 그 콘티대로 찍었다. 감독님이 연출자로서 원하는 장면이 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계산을 하며 많은 고민을 하셨다. 실제 바다가 아닌 수조 세트에서 찍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면서도 많은 걸 해냈다”고 류승완 감독의 노력을 칭찬했다.

조춘자 캐릭터에 대해 김혜수는 “춘자는 상대가 때리면 그대로 받아치는 사람이다. 자신을 아는 마을사람이나, 살아가기 위해 만나는 사람과 있을 때 구분된다. 이해관계가 심플하다”라며 “춘자가 자신을 완전히 위장하는데 속내를 드러내는 순간과 표피만 드러내는 순간을 나눠서 생각했다”고 포인트를 설명했다.

70’s 복고풍 패션과 아이템에 대해서는 “제가 1970년대 문화를 좋아한다. 참고할 레퍼런스도 많이 갖고 있었다”라며 “동서양에 관계없이 당대 유행했던 바람머리를 시도해봤다. (미국 배우)파라 포셋의 헤어스타일을 참고했다. 서구 문화에 열광하던 사람들을 충족시킬 룩”이라고 밝혔다.

김혜수는 염정아는 물론 ‘밀수왕’ 권 상사 역의 조인성과도 호흡이 좋았다고 자신했다.

“조인성의 눈이 너무 좋다. 조인성이라는 사람을 오래 봐왔고 작품으로도 많이 봤는데 이번에 같이 연기하면서 바로 눈앞에서 보니 확연하게 알게 됐다. 저 역시 대면해 연기할 때 (그의 잘생김에) 놀랐다. 하하. 배우들은 아무리 준비를 해도 현장에서 서로 연기를 맞춰봐야 한다.”

‘밀수’에서 조춘자와 권 상사의 미묘한 러브라인이 완성됐다. “저는 대본에 충실한 편인데 여러 가지 버전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100개를 준비해서 가도 막상 현장에서는 다르다. 조인성과의 애정신은 현장에서 맞춰보면서 나온 거다. 조인성의 눈에서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 강렬한데 서늘하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김혜수는 후배들에게 닮고 싶은 선배로 손꼽힌다. “인간관계에 일방적인 건 없다”면서 자신 역시 후배들에게 깊은 배려를 받는다고 했다.

“해녀를 연기한 배우들과의 호흡이 단단하고 뜨거워서 좋았다. 그게 ‘밀수’의 촬영장이 행복했던 원동력이다. 그들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 purplish@osen.co.kr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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