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대부업 대출 '반토막'

정의진/김보형 2023. 7. 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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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간 이후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액이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최고금리 이상의 이자를 받지 못하는 대부업체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대출을 중단하고 있어서다.

금리가 오르면 대부업체의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데,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춘 탓에 대부업체는 대출을 내줄수록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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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20% 제한 후 대출길 좁아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간 이후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액이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최고금리 이상의 이자를 받지 못하는 대부업체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대출을 중단하고 있어서다. 서민 보호를 이유로 낮춘 법정 최고금리가 오히려 서민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리드코프 등 상위 10개(대출잔액 기준) 등록 대부업체의 지난해 하반기 개인 대상 신규 대출액은 557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하반기(1조574억원)와 비교해 1년 새 47.3%(5004억원) 급감했다.

상품별로는 개인 대상 신용대출이 2021년 상반기 4542억원에서 작년 하반기 2592억원으로 42.9%(195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개인 대상 담보대출은 6032억원에서 2978억원으로 50.6%(3054억원) 감소했다.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이 반 토막 난 가장 큰 이유로는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가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대부업체의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데,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춘 탓에 대부업체는 대출을 내줄수록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출할수록 손해본다"…문턱 높이는 대부업체
기준금리 올라도 '年 20%'…조달비용 뛰어 역마진 불가피

상위 10개 등록 대부업체 중 한 곳인 A사는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대출금리가 지난해 12월 기준 연 25.12%다. 조달금리(연 5.63%)에 회수할 수 없는 대손비용(연 11.03%)과 대출 중개사 등에 주는 모집비용(연 2.86%), 관리비용(연 5.6%)을 더한 수치다.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대출을 내주더라도 오히려 5.12%포인트(25.12%-20%)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상위 10개 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조달금리는 2021년 12월 연 4.65%에서 작년 12월엔 연 5.81%까지 치솟았다.

대출을 내줄수록 손실이 발생하다 보니 대부업체는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예정보다 6개월 이른 올해 말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고, 2위 업체인 리드코프도 신규 대출을 통상적인 수준의 20% 정도로 줄였다.

금융당국 관리감독을 받는 등록 대부업체가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자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터넷을 통해 불법 사금융 업체에서 40만원을 빌린 김모씨는 1주일 뒤 업체로부터 60만원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환산 이자율은 연 2607%에 달한다. 불법 사금융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대부와 유사수신 등 피해 관련 신고·상담 건수는 2021년 9918건에서 지난해 1만913건으로 10%(995건) 증가했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내린 정부의 결정이 취약계층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선 ‘시장연동형 최고금리 제도’ 등을 도입해 법정 최고금리를 기준금리 등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대부업법 규정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 동의 없이도 시행령을 고쳐 최대 연 27.9%까지 법정 최고금리를 올릴 수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취약계층의 소액·생계비 목적 대출 등 일정 범위 내에선 시장 상황과 연동한 법정 최고금리의 탄력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진/김보형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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