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신화' 삼양라면···3세 경영 속도낸다
그룹명 바꾸고 지배구조 강화
연매출 1조···라면 비중만 94%
밀값 상승·가격인상 여력 저하
"사업다각화·신사업발굴 절실"
94년생 오너3세 전병우 '등판'
'불닭' IP 콘텐츠로 사업 넓혀
삼양식품(003230)그룹이 오너 3세를 앞세워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히트작 ‘불닭볶음면’ 효과에 연매출 1조를 바라보고 있지만, 각종 원부자잿값 상승과 정부 정책에 따른 가격인상 여력 저하에 사업 다각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오는 9월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이 출시 60주년을 맞는만큼 이를 계기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삼양애니 대표가 경영에 본격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 그룹은 지난 3일 지주사 삼양내츄럴스의 사명과 그룹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교체했다. 명칭 변경과 함께 새로운 CI(상징 이미지도) 11년 만에 바꿨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새 CI를 반영해 영문 브랜드 ‘Samyang Foods’, ‘삼양스퀘어랩’, ‘삼양라운드어스’ 등의 상표를 지난 5월 특허청에 출원한 데 이어, 이달 13일에는 삼양목장의 새 사명 ‘삼양라운드힐’의 상표를 출원했다. 그룹명과 CI 변경은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통해 국내외에서 K푸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높아진 인지도를 반영하고 지주사를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 그룹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지배 구조를 강화하며 3세 경영 승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삼양내츄럴스는 삼양식품의 지분 1.66%를 보유하던 아이스엑스를 합병해 삼양식품에 대한 지분을 33.26%에서 34.92%로 높였다. 아이스엑스는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던 기업으로 이전까지 삼양내츄럴스의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었다. 합병 이전 삼양내츄럴스의 주주 구성은 김 부회장(42.2%),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21%), 아이스엑스(26.9%)였지만, 합병 이후 김 부회장(32.0%), 전 전 회장(15.9%), 전 대표(24.2%)로 바뀌었다.
삼양식품 그룹은 1994년생 식품업계 최연소 임원인 전 대표를 앞세워 사업 다각화를 모색 중이다.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전 대표는 2019년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에 부장으로 입사한 뒤 이듬해 경영관리부문 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지적재산권(IP) 콘텐츠와 e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삼양애니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전 대표는 삼양애니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애니가 지난해 불닭 캐릭터 ‘호치’를 활용해 선보인 뮤지컬 콘텐츠 ‘평범하게, 위대하게’와 ‘불타오르게, 위대하게’는 유튜브에서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기며 불닭 팬덤을 생성하는데 일조했다.
불닭볶음면이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만큼 불닭 IP를 활용해 사업 분야를 콘텐츠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으로 K라면을 접한 해외 소비자들이 캐릭터 등 콘텐츠를 통해 삼양식품 브랜드를 더욱 친숙하게 접하고, 나아가 자체 IP 사업으로도 안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 대표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손잡고 대체불가토큰(NFT) 상품을 선보이고, 글로벌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 ‘더 샌드박스’ 내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인 삼양식품 랜드를 만드는 등 신성장 동력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재계에서는 전 대표가 향후 신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주요 사업인 식품 분야로 경영 보폭을 넓혀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90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6% 증가했고, 올해는 1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 불닭볶음면이 ‘K라면’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다만 라면 사업 비중이 94%에 달하는 만큼 국제 밀 가격 상승 등 외부 환경에 취약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삼양식품은 지난해부터 자체 건강기능식품과 냉동 간편식(HMR)을 개발하고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있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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