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순식간에 물차올라…몸만 빠져나와" 전쟁터 같은 공주 옥룡동

강태우 기자 2023. 7. 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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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가구 침수, 230여명 이재민 발생…주민들 식사도 거르고 수해 복구 구슬땀
삼성·LG,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수리 지원 나서…주민들 "도움의 손길 감사"
충남 공주 옥룡동 마을 일대에 집기와 가구들이 나와 있다. 2023.7.19/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공주=뉴스1) 강태우 기자 = "30년 만에 제일 심한 홍수였어요. 집에 계시던 부모님 둘러업고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19일 오전 11시 충남 공주시 옥룡동 금강빌라 인근에서 만난 성모씨(52)는 침수됐던 물건들을 정리하다 손을 멈췄다. 그리고는 마당 담벼락 절반까지 물이 찼던 당시를 떠올리며 다시 몸서리를 쳤다.

옥룡동 금강빌라 일대는 이번 집중호우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동네다. 기상청에 따르면 공주시에는 13일부터 19일(0시 기준)까지 누적 589㎜의 비가 내렸다. 이 폭우로 100여 가구가 침수됐으며 23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성씨는 "이 집에서 부모님과 40년을 살았다. 고등학생 이후로 이런 홍수는 처음"이라며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밤을 새워 기다렸다. 물이 넘칠 기미가 없어서 잠깐 눈을 붙인 사이 현관 계단까지 물이 차있었다"라고 말했다.

집중호우로 담벼락 절반까지 물이 찬 흔적. 2023.7.19/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성씨는 현관 계단을 내려가니 마당에 찬 물이 가슴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급하게 집 안에 있던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나왔지만 차도 말썽이었다. 부모님을 태운 차가 멈추는 바람에 다른 차를 끌고 겨우 집을 벗어났다고 했다.

그는 "마당에서 가슴까지 찼던 물이 집에 들어오니 여기(무릎)까지 오더라"라며 "부모님 약도 못 챙기고 급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특히 다음날 물이 다 빠진 것을 봤을 때 배수펌프장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천재지변이지만 인재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토로했다.

집 안에 물이 차 벽지가 일어나 있다. 오른쪽은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가 침수로 고장난 세탁기를 살펴보는 모습. 2023.7.19/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현재 성씨는 대전에 있는 가족 집에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대전과 공주를 오가며 매일같이 수해복구 작업에 나서는 중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 집) 뒤에 있는 집들은 지대가 낮아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말을 마친 성씨는 바지를 걷어붙이고 하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장롱이며 서랍을 모두 열어 건조시키고 있었고, 커다란 포대 자루에 버릴 물건과 쓸 물건을 분리했다. 화장실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 침수된 세탁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성씨 집에서 세탁기를 점검하던 이희성 삼성전자서비스 중부기술그룹 프로는 "폭우로 세탁기 제일 윗부분까지 물이 찼다"며 "무게가 무겁고 문이 좁아 직접 꺼내기가 어려워 모터만 별도로 세척·수리한 뒤 건조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40년 전 사용했던 기름보일러(기름통)이 폭우로 떠올라 드러난 공간(왼쪽). 젖은 집기를 꺼내놓고 빨래를 말리는 모습(오른쪽). 2023.7.19/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전날까지도 비가 왔던 공주시는 이날 화창하고 더웠다. 비는 멈췄지만 도시 군데군데 그때의 상처들이 남아 있었다. 금강신관공원에는 공중화장실과 여러 그루의 나무가 힘없이 쓰러져 있었고 강에는 흙탕물이 계속해서 흘렀다.

식사시간이 다됐지만 옥룡동 골목에 줄지어 있는 점집, 미용실, 아파트, 빌라에는 대부분 주민이 나와 수해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다. 형형색색의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도 빨래 더미를 들고 분주히 움직였다.

경로당 앞에는 빨래방과 의료지원 등을 위한 자원봉사지원단과 함께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수해 복구 특별서비스' 거점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옥룡동 경로당 앞에 설치된 빨래방, 삼성전자 수해복구 서비스 등 지원시설. 2023.7.19/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삼성전자서비스는 서비스 거점에서 침수 가전제품 세척 및 무상 점검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현장에 와있던 11명의 직원들은 침수 가전의 방문 인수, 작업 등을 위해 분주했다. 이날도 주민 여러 명이 수리 신청서 작성을 위해 이곳을 계속해서 찾았다.

이희성 프로는 "이틀간 벌써 45가구가 신청을 했다"라며 "1가구당 맡기는 가전의 수가 많으면 7개는 되기 때문에 맡아서 수리하는 가전이 최소 100개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서비스 현수막 앞에는 전날 작업을 마친 냉장고와 세탁기들이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장 사용해야 하는 가전인 만큼 더 빠르게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충남 공주 옥룡동 마을 일대에 집기와 가구들이 나와 있다. 2023.7.19/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수리를 맡겼던 가전이 모두 주인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7개의 침수 가전을 맡겼던 김모씨(66)는 청소기는 폐기를 해야 한다는 말에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옥룡동으로 이사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그는 "TV에서만 봤지 이렇게 홍수 피해를 입어본 건 처음이다"라며 "천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수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는 충남 공주를 포함해 충북 괴산과 청주 오송 일대에서 수해 복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가전 외에도 이동식 버스를 통해 휴대폰 점검도 지원한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가전 수리뿐 아니라 짐을 옮기는 일도 직원들이 적극 돕고 있다"라며 "집중 호우로 수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 수해피해 가정의 TV를 옮기고 있다. 2023.7.19/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이 수리를 마친 냉장고를 옮기는 모습. 2023.7.19/뉴스1 ⓒ News1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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