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뒤덮은 성남시 ‘불법 현수막’…시에서 시킨 거였어?

지난 7월 초 성남시청 앞에서 내걸린 신상진 성남시장 축하 불법 펼침막. 김기성 기자

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이 지난 4월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육교·다리 등 도로 시설물에 시정 홍보 현수막을 적극적으로 내걸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에서는 이달 초 신상진 시장 취임 1년을 축하하는 불법 현수막이 수백장 내걸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지역 정치권에선 도시 미관과 도로 안전을 관리해야 할 시장이 불법 현수막 부착을 앞장서 조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가 19일 서은경 성남시의원을 통해 확보한 4월 3일 치 성남시 확대간부회의 문건을 보면, 신 시장은 당시 ‘시장 지시사항’을 통해 시정 홍보에 옥외 현수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신 시장은 “우리 시에 좋은 사업이 많이 있다. 홍보 현수막은 교량, 난간, 육교 등 시설물을 활용해 널리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바란다. 시청 벽면에 설치한 현수막도 많은 내용보다는 멀리서도 내용 확인이 가능하도록 크고 간결하게 제작해 홍보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앞서 서 의원은 지난 18일 열린 성남시의회 임시회 시정 질문을 통해 이 문건을 공개하며 “금지된 장소에 현수막을 부착하라는 지시 사항이 한두 번 나온 게 아니다. 시장이 시책홍보에 현수막 이용을 강조하다 보니 해당 공무원들이 불법 현수막임을 알면서도 철거하지 않으면서 성남시가 불법 현수막 천국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진찬 성남시 부시장은 답변을 통해 성남시의 펼침막 게시에 불법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시청 앞 육교 펼침막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월3일 자로 작성된 성남시 확대간부회의 문건. 더불어민주당 서은경 성남시의원 제공

앞서 이달 초 성남시 주요 교차로와 전철역, 육교, 다리 등 성남시내 전역에 ‘신상진 시장님의 취임 1주년을 축하드린다’는 내용의 불법 펼침막이 수백개가 내걸렸으나, 공무원들이 이를 방치해 시민들의 비판을 불렀다. 펼침막을 내건 단체에는 시 예산을 지원받는 관변단체 등도 있었으나, 상당수는 존재조차 불분명한 단체들이어서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