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잠수함 올라탄 윤 대통령 “직접 눈으로 보니 안심”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42년 만에 국내에 입항한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에 승선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한·미 핵협의그룹(NCG), 전략핵잠수함과 같은 전략 자산의 정례적 전개를 통해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압도적이고 결연히 대응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전날 핵협의그룹 공식 출범에 이어 이날 대통령의 전략핵잠수함 방문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를 강조하며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북한은 이날 새벽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에 입항한 미 해군의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SSBN-737)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미 전략핵잠수함이 국내에 입항한 것은 1981년 로버트 리함(SSBN 601) 이후 42년 만이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켄터키함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라 아베크롬비 미 국가안보회의(NSC) 국방·군축정책조정관, 비핀 나랑 우주정책실 수석부차관보, 조이 사쿠라이 주한 미국대사 대리 등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켄터키함에 승함하기 앞서 격려사를 통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 중 하나인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에 방문하게 돼 뜻깊고 든든하다”며 “우방국 대통령으로서는 제가 처음으로 전략핵잠수함을 방문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켄터키함의 전개를 위해 애써주신 바이든 대통령님, 애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님,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님, 미국 국가안보회의, 국방부, 국무부, 주한미군 관계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번 켄터키함의 전개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전개하고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 출범을 언급하며 “한·미는 핵자산과 비핵자산을 결합한 핵작전의 공동기획과 실행을 논의하고 한반도 주변에 미국 전략자산 배치의 가시성을 제고해 나아가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북한이 핵도발을 꿈꿀 수 없게 하고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은 “켄터키함은 미국의 핵전력 3각체계 중 아주 중요한 전략적 플랫폼”이라며 “가장 생존성 높은 3각체계 자산 중 하나로 미국이 대한민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의 중요 구성 요소로 생각하시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켄터키함의 한국 기항에 대해 “미국이 대한민국에 제공하는 철통같은 공약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한미연합사령관의 인솔 하에 켄터키함 내부를 둘러봤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미 군 주요 직위자들과 함께 켄터키함 내부의 지휘통제실, 미사일통제실, 미사일저장고 등을 순시하고, 켄터키함 함장으로부터 핵잠수함 능력에 대해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핵전략자산을 직접 눈으로 보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켄터키함 방문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임종득 안보실 2차장 등이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연합작전 협조를 위해 상시 공동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을 격려하고 해군의 작전대비태세 현황에 대해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켄터키함의 한국 방문은 지난 4월 저와 바이든 대통령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력과 행동하는 한·미동맹을 보여준 것”이라며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평화는 한·미동맹의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우크라이나 현장에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강력한 국방력만이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켄터키함이 부산항에 기항 중이라는 사실은 전날 핵협의그룹 공식 출범을 알리는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 함께 핵협의그룹 회의를 주관한 커트 캠벨 미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현재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핵전략잠수함이 부산항에 기항 중”이라며 “우리의 확고부동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켄터키함은 오하이오급 12번째 전략핵잠수함으로 트라이던트-Ⅱ 탄도유도탄 약 20기를 적재할 수 있다. 트라이던트-Ⅱ 탄도유도탄의 사정거리는 1만2000여㎞에 달한다. 켄터키함의 선체 길이는 약 170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전략핵잠수함 중 하나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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