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뱃사공 '카론 폭염'…南유럽 불볕더위에 연일 몸살
그리스 폭염에 이어 산불로 고통…주말에 40℃ 폭염 재예고
기후 전문가들, "폭염 더 많이, 강하게 일어날 것" 예상
[서울=뉴시스]한휘연 인턴 기자 = 유럽우주국(ESA)이 이번 주 유럽에 닥친 폭염을 그리스 신화 속 지옥 강의 뱃사공인 카론의 이름을 따 '카론 폭염'이라고 붙인 가운데 유럽 각지에서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41.8℃로 최고 기온 기록 경신…더위로 응급실 방문 증가
로마는 18일 41.8℃를 기록하며 2022년 6월의 최고 기온 기록인 40.7℃를 경신했다. 시칠리아는 약 41℃, 사르데냐는 45℃로 이탈리아 전역이 말 그대로 악몽같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병원 등지에서는 뜨거운 온도로 인한 탈수 또는 기타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 내원 환자 수가 기존보다 20~25%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나폴리 남부의 카르다렐리 병원은 지난 24시간 동안 231명의 환자가 온열 질환 관련으로 응급 치료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노인이었으나 일부는 평범한 관광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다렐리 병원 총장 안토니오 다모레는 "입원한 사람들 중 2%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으며 38%가 중증도 상태였다"라며 "이 순간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시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응급실에 연락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투스카니공립병원 응급진료 책임자 지안프랑코 지안나시는 해당 지역의 9개 응급실에서 온열 질환 관련 내원자가 약 10% 증가했으며, 특히 많은 관광객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피렌체의 산타마리아누오바 병원에서는 입원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폭염으로 인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져 더 많은 예방이 이뤄졌다"라면서도 "더위와 관련된 문제는 며칠간 지속된 폭염 이후에 나타날 수도 있어 이번 주 상황을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폭염 고통 그리스에는 산불 번져…주말에 40℃ 폭염 예고로 '산 너머 산'
그리스에서는 폭염에 이어 촉발된 산불이 커져 유럽연합(EU) 각국이 소방 헬기를 파견했다.
18일 영국 가디언은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약 29㎞ 떨어진 지역에서 시작된 불길이 크게 번져 수천명이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기온이 40℃를 연일 넘어 건조한 기온이 지속된 가운데 불길이 시작돼 크게 번졌고, 인화성이 높은 소나무 숲으로 번져 불길이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소방용 헬기가 부족해 초기에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았고, 이에 따라 EU에서 4대의 소방 항공기를 지원했다.
그리스는 이미 지난 15일부터 사흘 간 관광명소 아크로폴리스 등을 폭염으로 인해 임시 폐쇄한 바 있다. 17일 상황이 나아져 출입이 다시 허가됐으나, 그리스 기상청은 20일부터 '두 번째 폭염'을 예보하고 있다.
그리스 학자 테오도로스 이안나로스는 그리스 관영방송 ERT에 "20일부터 바람은 약해지지만 화재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상 기온이 43℃인 주말에는 화재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어려운 시기가 우리 앞에 있다"라고 전했다.
기후 전문가들, "이러한 폭염 지속…강도도 높아질 것"
기후 전문가들은 이러한 폭염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며, 심지어는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레딩대 기후과학자 한나 클로크가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을 강타한 폭염이 "지중해 위 거대한 오븐"이라고 표현했다고 지난 17일 미국 CNN은 전했다.
클로크는 "남유럽 지역에 부풀어오른 뜨거운 공기가 이탈리아와 주변 국가를 거대한 피자 오븐 속에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밀려온 뜨거운 공기가 해당 지역에 머물러 있으며, 고기압으로 인해 따뜻한 바다와 육지의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폭염의 추세가 "감소할 조짐이 없다"라고 밝혔다.
존 네언 WMO 수석폭염고문은 "이러한 폭염은 계속해서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며, 전 세계는 더 강력한 폭염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xaya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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