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끄라고, 죽고싶냐”... 하얏트호텔 난동 수노아파, 공소장 보니

허욱 기자 2023. 7. 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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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직원·손님에 다짜고짜 욕설하고 위협
일렬로 ‘병풍’ 도열하고 위세 과시
온몸 문신 드러낸 채 사우나 이용

‘하얏트호텔 난동’ 사건으로 무더기 기소된 폭력조직 ‘수노아파’ 조직원들이 호텔 곳곳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벌인 행태가 19일 공소장을 통해 상세히 드러났다. 조직원들은 범행 당시 호텔 식당의 연주자에게 “죽고싶냐”며 위협하고, 단체 도열을 하며 위세를 과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얏트호텔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수노아파 조직원들. /서울중앙지검 제공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윤모(51)씨 등 수노아파 조직원 12명은 2020년 10월 31일부터 사흘 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내부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 상대로 난동을 벌였다. 조직원들은 하얏트호텔 방문 첫날 프론트에서 “배상윤 회장 나와”라고 소리치며 소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프론트 직원이 부를 수 없다고 하자 조직원 중 한명은 오른손으로 노트북을 들어 올렸다가 내려치고, 전등을 쓰러뜨리는 등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그 뒤에는 조직원들이 마치 ‘병풍’처럼 일렬로 쭉 늘어서 위세를 과시했다. 이들은 배 회장에게 받을 빚이 있다는 이유로 이런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국내 10대 폭력조직 중 하나로 꼽히는 수노아파는 1980년 후반 전남 목포에서 결성된 뒤 2000년대 중반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겨 세를 불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주된 활동 영역은 유흥업소 운영과 주택 철거 등이었다고 한다. ‘수노아파’라는 이름은 조직 결성 장소였던 ‘수노아 호프’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침으로 수를 놓는다는 의미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조직의 행동강령에는 ‘선배의 말에는 무조건 복종한다. 선배를 만나면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구역을 사수하고 반대파 폭력조직원들과 싸움을 하게 될 때는 목숨을 걸고 싸워 승리한다’는 등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호텔 안에서 조직원들의 행태는 수노아파 행동강령 그대로였다. 이들은 호텔 로비나 식당 등에서 무리지어 다니며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조직 후배가 선배에게 90도 인사를 하거나 “형님 식사하셨습니까” “형님 안녕하십니까”라고 큰 목소리로 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하얏트호텔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수노아파 조직원들. /서울중앙지검 제공

호텔 프론트에서의 소동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직원이 호텔 내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투숙 연장을 거부하자 조직원들은 “어제 소란 부리던 사람과 (우리)는 관련이 없고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며 화를 내고, “우리가 어젯밤에 (투숙을)연장했다”며 소리를 쳤다고 한다.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상황에서도 일부 조직원은 큰 소리로 항의를 이어갔고, 프론트에 자신의 구두를 올려놓고 신발끈을 묶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직원을 향해 “야. XX”이라며 욕설을 하고, “오늘 봐라. 조용히 안 나간다”며 위협을 하기도 했다.

수노아파 조직원들은 호텔 1층 식당에서도 난동을 부렸다. 조직원 중 일부가 식당쪽으로 걸어가며 “음악 꺼. 음악 끄라고”라며 소리를 질렀고, 식당 중앙 무대에서 공연 중이던 연주자들에게 다가가 “음악 끄라고, 죽고 싶냐”라고 말하며 때릴 듯한 행동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직원은 이 광경을 지켜보던 손님에게도 “뭘 봐. 이씨”라고 위협했다고 한다. 결국 이날 공연은 조직원들의 행패로 인해 중단됐다.

조직원들은 호텔 지하 2층 사우나에서도 소동을 피웠다. 호텔 측 운영 방침에 따라 사우나 입장시 목욕 가운을 입어달라는 직원 요청을 무시하고 온몸의 문신을 드러낸 채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조직원 한명은 샤워 이후 화장대 앞에서 휴대전화로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다음날에도 사우나를 찾은 수노아파 조직원들은 ‘가운을 입어달라’는 직원에게 “호텔 규정이 맞냐. 내가 알아서 할게. XX”이라고 말하며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지난달 30일 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수노아파 조직원 중 9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조직원 등 30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수노아파에 나중에 합류한 조직원들에게는 범죄단체가입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주요 범행 가담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속수사로 수노아파는 사실상 와해 수준으로 해체됐다”며 “조직을 재건하려 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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