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조 비만약 전쟁···국내 기업도 '발등에 불'
단숨에 세계 의약품 1위 예상
글로벌 빅파마, 연구에 안간힘
"국내 제약사들도 바이오테크와
M&A·협업 등 과감한 전략 필요"
2030년 500억 달러(약 63조 원)로 커질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놓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파이프라인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제약사들도 비만약 개발과 후보 물질 도입을 위해 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파마들은 올들어 자체 개발, 기술 도입, 인수합병(M&A) 등 수단을 동원해 비만 치료제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휴미라’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키트루다’와 같은 항암제가 가장 큰 글로벌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이었지만 앞으로는 비만과 치매 치료제가 가장 큰 의약품이 될 게 분명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때문에 빅파마들은 한 손에는 비만약, 또 한 손에는 알츠하이머병 약을 쥐어야만 미래 시장에서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
특히 빅파마들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주사로 맞는 비만 치료제로 잇따라 홈런을 치자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노보 노디스크가 ‘삭센다(주 7회 주사)’와 ‘위고비(주 1회)’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에 대해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비만 치료제(주 1회)로도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운자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신약으로 췌장이 인슐린을 방출하도록 신호를 준다. 인슐린이 나오면 뇌는 음식을 섭취한 것으로 오인하고 배가 부르다고 느낀다.
이미 미국 의사들은 마운자로를 ‘오프라벨(허가된 적응증 외의 질환에 대한 의사의 임의 처방)’로 비만 환자들에게 대거 처방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5억 달러(약 6300억 원) 규모가 팔렸다.
글로벌 제약 업계는 마운자로가 단기에 세계 1위 의약품에 등극하는 것은 물론 2032년에는 세계 최초로 연 매출 1000억 달러를 기록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본다. 이런 전망이 반영돼 올해 5월 일라이 릴리는 20년 간 제약기업 중 부동의 시총 1위였던 존슨앤드존슨을 꺾었다.
일라이 일리는 최근에는신약 개발사 베르사니스를 19억 25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해 업계를 다시한 번 놀라게 했다. 이 회사가 비만약 파이프라인 ‘비마그루맙’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운자로의 대히트가 예고된 상태에서 또다른 비만약을 손에 쥐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에 맞서 각자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하고 있다. 암젠은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 임상 1상에서 의미있는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화이자는 먹는 약인 ‘다누글리프론’을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임상 2상 결과 유의미한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국내 제악사 중에서는 유한양행(000100)이 ‘YH34160’를 개발 중이다. 올해 미국 임상 1상 승인이 목표다. 동아에스티(170900)는 비만 치료제로 ‘DA-1726’를 개발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이 약 개발과 상업화에 성공해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한다는 계획 아래 올 하반기 글로벌 임상 1상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LG화학(051910)은 먹는 약 형태의 비만치료제 미국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한미약품(128940)도 GLP-1 계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현대사회에서 비만은 흔하기도 하거니와 모든 병의 기원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다른 병에도 영향을 미쳐 치료제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며 “국내 제약사들도 세계의 바이오테크들을 보다 면밀이 조사해 공동 연구, 협력 개발, 기업 인수, 기술 도입 등을 보다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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