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하거나 실직하거나"...벼랑 끝에 내몰리는 중국 청년

이강우 인턴 기자 2023. 7. 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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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근무 강요하는 직장 문화 성행
높은 실업률이 강도 높은 근무 강요
정부, 미취업자 '느린 취업'으로 분류
[베이징=AP/뉴시스] 중국에서 과로로 퇴사하거나 직업을 구하지 못해 집에만 있는 '풀타임 자녀'가 되고있는 중국인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난 17일(현지 시간) 영국 BBC는 보도했다. 사진은 베이징에 걸려있는 오성홍기 앞을 중국인들이 지나가는 모습. 2023.07.19.


[서울=뉴시스]이강우 인턴 기자 = 중국에서 과로에 지쳐 직장을 그만두거나 직업을 구하지 못해 집에만 있는 일명 '풀타임 자녀'(Full-Time Children)가 늘고 있다. 중국의 암울한 취업시장 때문에 직장을 얻지 못하거나 직장을 겨우 잡았다 하더라도 직장으로부터 비정상적인 근무를 강요받은 젊은 세대들이 보이는 양상이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중국에서 과로로 인해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직업을 구할 수 없기에 집에만 있는 '풀타임 자녀'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취업시장이 얼어붙어 과로하거나 실직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 있는 중국 청년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어가 바로 '풀타임 자녀'다.

과로 하거나 실직하거나

올해로 29세를 맞은 줄리의 하루는 설거지, 부모님을 위한 식사 준비, 그리고 기타 집안일로 차 있다. 줄리의 부모님이 현재 줄리의 생활비를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지만 줄리는 부모님이 추가로 매달 주시겠다고 한 2000위안(약 35만원)은 거절하고 있다.

줄리는 "지금은 16시간씩 일했던 전 직장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게 지금 목표다"며 "회사를 다닐 때는 걸어 다니는 시체였다"고 말했다.

이런 고된 근무가 강요되는 이유는 암울한 중국의 취업 시장과 맞물려 있다.

중국은 현재 16~24세 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실업자이며 청년 실업률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도부터 중국 당국이 데이터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줄리는 지난 2주 동안 40개의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보냈지만 면접기회는 겨우 두 번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줄리는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도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는데 퇴사 후에는 더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중국의 '996' 직장문화

중국에 널리 퍼진 숫자 996은 중국의 악명 높은 직장문화를 설명하는 말이다. '996'은 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996을 당연히 여기는 중국의 직장 문화를 고려할 때 직장인들이 번아웃으로 '풀타임 자녀'가 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근 중국의 거대 기술회사 텐센트에서 퇴사한 잭 정(Jack Zheng, 32)은 업무 시간 외에 매일 7000통에 가까운 문제 메시지에 응답해야 했다. 정은 이 '초과근무'에 대해 그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모낭염이 심해진 정 은 결국 직장을 그만두었다. 이후 정 은 더 나은 직장을 찾았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운이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35세 이상은 고용하지 않는다는 믿음인 '35세 저주'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령 차별은 주택담보대출이 있거나 가정을 꾸리려는 30대 중반의 사람들에게는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중국 정부

한편 중국 청년들의 문제를 알고 있는 중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 관영 매체는 '느린 취업'이라는 단어를 제시해 실업에 대해 재정의했다. 젊은이들이 스스로 느린 취업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느린 취업은 시간을 더 들여 일자리를 찾거나 여행, 단기직으로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추가된 내용은 일자리는 찾지 못했거나, 교육을 계속 받거나, 갭이어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이 정의에 포함된다. 사실상 미취업자 전부가 '느린 취업'을 '선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 고용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문구는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는 "정부가 실업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중국의 한 웨이보 사용자는 "정말 심오한 말이다"며 "실업을 느린 고용으로 재정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비쳤다.

상하이 금융 및 법률 연구소의 니에 리밍 연구원은 "실업은 실업이고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오늘날의 중국 실업자들은 느린 취업을 하는 게 아니라 절실히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fal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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