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묵은 의료 난제, '시민 건강' 설 자리 있나?

장자원 2023. 7. 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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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안 연속토론회, 보건의료정책 개편 방향 논의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료현안 5차 연속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의료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개혁이 더 늦춰져서는 안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진=신현영의원실]

의료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의 발 빠른 대처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6월 초부터 5회 연속으로 이어온 의료현안 토론회 마지막 자리에서 결국 지금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하고 신속한 보건의료정책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근 의료계는 응급·필수의료체계 붕괴, 의료계 종사자 간 갈등,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의견대립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몸살을 앓고 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산적한 문제들이 연달아 터지는 것은 정부의 기존 의료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인들의 협력을 통한 더 나은 시민건강을 위하여'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한국소비자연맹,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보건복지부 의료보장혁신과 등 보건의료계의 다양한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문석균 부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신현영의원실]

이해 관계 등에 따라 단체별로 주목한 부분이 조금씩 달랐지만, 참여자들은 정부의 발빠르고 적극적인 개혁 의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문석균 부원장은 "정부 의료 정책이 3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정치적 입장이나 관료적 차원의 이유로 실효성 없는 정책이 결정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문 부원장은 "정책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인데, 의료 정책은 전문가 의견을 제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공공의대, 수술실 CCTV 설치, 비대면 진료 등은 결과가 불분명하고 예상되는 문제가 많다고 의료계에서 꾸준히 지적해왔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정책과 관련해 사공이 너무 많다. 산발적인 여러 심의위원회를 하나의 위원회로 통합해 대통령 직속 권한으로 운영하면 일관적이고 꾸준한 정책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 제안하기도 했다.

토론 패널로 나선 보건복지부 강준 의료보장혁신과장 [사진=신현영의원실]

이에 관해 보건복지부 강준 의료보장혁신과장은 "그간 정부의 의료정책 개혁은 구조공사가 아닌 보수공사였다. 근본적 해결보다는 당면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집중한 것"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다양한 시범 사업으로 근거를 확보하고 정책·제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청사진을 긴 호흡으로 준비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일차의료개발센터 박성배 교수는 "한시가 급하다. 정부의 '긴 호흡'이 몇 년씩이나 걸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의료비가 국민 전체 GDP의 16%를 넘긴 시점에 더 이상의 의료비 증가는 치명적이라는 판단에 가치 기반 수가제로 의료 체계를 전환한 바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을 전후로 의료비가 GDP의 16%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교수의 말처럼 정부의 긴 호흡이 10년씩 걸리면, 의료현장은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박 교수는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당연히 이해하지만, 즉각적인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부했다.

이와 더불어 환자 중심 정책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소비자들은 지금껏 정부와 보험공단에 정책에 대한 의견을 위임해왔다. 이들이 소비자를 대변해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소비자의 목소리가 과연 의료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접근성과 안전이 확보된 환자 중심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선 시민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까지는 의료진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는 이를 받는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의료진이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조언을 제공하고 환자가 이를 '이용하는' 형태의 의료체계가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비자 역시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시민의식을 소비자에게 촉구하는 것도 정부가 정책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이것이 시민 건강을 위한 의료계협력의 의미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자원 기자 (j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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