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우에 평생 일군 것 빼앗겨" 미호강 주민 허망한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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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평생 일궈왔던 게 한순간에 날아가버렸어."
신씨는 "일평생 매진해 돈으로도 가치가 환산되지 않는 것들인데 이번 폭우로 전부 망가져 버렸다"며 "집이 완전히 오물로 가득 차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근 강내면 지역에서 하우스를 운영하는 김모씨(60대)는 "60여 년 평생 이곳에 살면서 하우스가 통째로 잠기는 것은 처음 봤다"며 "농기계는 전부 망가졌고, 농작물을 버리는 게 일이다"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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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쓰레기 됐고 농기계 고장…오물 범벅 주택가 악취 진동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내가 일평생 일궈왔던 게 한순간에 날아가버렸어."
1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이재민쉼터에서 만난 신유승씨(70)는 허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언어학자라고 소개한 그는 지난 15일 쏟아진 폭우로 인해 70년 평생 쌓아 온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새벽부터 쏟아지는 비에 집 밖을 나섰다 변을 당할까 안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오전 9시쯤 물이 집 안으로 순식간에 들이닥쳤다"며 "집 안에 물이 점점 차오르자 물건을 챙길 겨를도 없이 함께 사는 아들, 며느리와 긴박하게 집을 빠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근에 대피해 있다가 다시 돌아가 보니 집은 오물을 뒤집어쓴 상태였다. 잡동사니부터 가구, 그가 50년 동안 기록한 교재, 연구 정보가 담긴 컴퓨터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다시 돌아가 건진 것이라고는 옷가지 몇 벌과 책 몇 권이 전부였다.
신씨는 "일평생 매진해 돈으로도 가치가 환산되지 않는 것들인데 이번 폭우로 전부 망가져 버렸다"며 "집이 완전히 오물로 가득 차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로 92세가 된 어르신은 이웃의 도움으로 간신히 화를 면했다.
그의 며느리는 "어머니가 귀가 잘 안 들려 집 마당에 물이 차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며 "이를 지켜본 이웃의 도움으로 다행히 대피할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지금은 지낼 만한데 몸이 안 좋으셔서 하루빨리 집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엿새 전 청주지역에 내린 많은 비로 미호강 임시 제방이 유실돼 인근 오송읍·강내면 지역이 심한 피해를 입었다.
이 두 지역을 할퀴고 간 수마의 흔적은 동네 곳곳에 남았다.
물을 뒤집어 쓴 주택가에선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고, 마루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남아 있었다.
주민들은 생업을 미루고 봉사단체와 복구 작업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인근 강내면 지역에서 하우스를 운영하는 김모씨(60대)는 "60여 년 평생 이곳에 살면서 하우스가 통째로 잠기는 것은 처음 봤다"며 "농기계는 전부 망가졌고, 농작물을 버리는 게 일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청주지역에서는 지난 15일 일어난 홍수로 이재민 2616명, 주택 155채, 농경지 1705㏊가 침수됐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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