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vs'굴복 곤란'…'엘리엇 닮은꼴'에 나비효과는?

박채은 기자 2023. 7. 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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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제공)

"판정 불복은 대한민국이 부패에 관용적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것"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가 국제투자분쟁 판정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자 이같이 밝혔습니다.

어제(18일) 법무부는 정부가 엘리엇에게 손해배상금 1천389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정에 대해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승인 과정에서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정부를 상대로 ISDS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엘리엇은 입장문을 통해 "중재판정부는 5년간의 긴 소송 끝에 만장일치로 모든 쟁점에서 대한민국 주장을 기각했다"며 "대한민국이 개시한 법적 절차는 결국 헛된 노력으로 끝날 것이며,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엘리엇 사건과 '닮은꼴' 메이슨도 ISDS 소송 진행 중

엘리엇 외에도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메이슨, 쉰들러, 디야니 가문 등 총 6건의 ISDS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메이슨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ISDS 소송은 엘리엇 판결과 동일한 사안으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억달러 규모의 ISDS를 제기했습니다.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1억 9천달러 규모의 ISDS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란 다야니 가문은 지난 2021년 2차 ISDS 소송을 제기했고, 이외에도 중국과 미국 국적의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ISDS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승소 힘든데 혈세 낭비" vs "굴복 사례 남기지 말아야"
(사진=연합 제공)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엘리엇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후속 조치 브리핑을 열어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고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불필요하게 낭비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법무부의 취소 소송 결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립니다.

승소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취소 소송 제기는 '혈세 낭비'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 비용뿐만 아니라 지연 이자 배상금까지 추가적으로 지출이 된다"며 "승산이 없기 때문에 취소 소송을 하는 것은 오히려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투기자본 세력에 정부가 굴복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취소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이번 판정이 엘리엇 사건과 동일한 메이슨 ISDS 판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취소 소송 제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위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2라운드로 접어든 엘리엇과 한국 정부의 소송전이, 현재 진행형인 또 다른 ISDS 소송에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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