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구명조끼 안 입혔어요...어딨어요 내 아들" 실종 해병대원 부모 오열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 휩쓸린 해병대 A일병
신고자 "모래 강이라 위험...걱정됐다"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하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삼강교 위에서 해병대원들이 실종된 동료를 애타게 찾고 있다. 뉴스1

경북 예천에서 호우·산사태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원의 부모가 사고 현장을 찾아 "내 아들 어디 있느냐"며 오열했다. 이들은 급류에 들어가 수색작업을 하도록 해놓고 구명조끼조차 지급하지 않은 군 당국에도 분노를 표출했다.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0분쯤 수색작업 중 실종된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A일병의 부모가 사고 장소인 예천군 호명면에 찾아왔다. A일병의 부친은 중대장에게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입혔냐,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왜 구명조끼를 안 입혔냐"며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요, 왜 구명조끼를, 물살이 얼마나 센데, 이거 살인 아닌가요 살인"이라고 따졌다. 또 "구명조끼도 안 입히는 군대가 어딨느냐. 기본도 안 지키니까. 어제 저녁에 (아들과) 딱 2분 통화했다. 물 조심하라고. 아이고 나 못 살 겄네"라며 울부짖었다.

A일병의 모친도 "아니 어떻게 못 구하셨냐.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이런 일이 있어서. 그렇게 해병대에 가고 싶어 해 가지고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갔는데. 어딨어요. 내 아들"이라며 주저앉았다.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119구조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 최초 신고자인 지역 주민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병대원들은 구명조끼 없이 장화만 신고 일렬로 내성천에 몸을 담갔다. 또 다른 신고자도 "일부 대원은 허리 높이까지 물에 들어갔다"며 "내성천은 모래 강이라서 저렇게 들어가면 위험할 거 같아 걱정돼 계속 지켜봤는데 갑자기 한 간부가 뛰어와서 119에 신고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A일병은 이날 오전 9시 10분쯤 내성천 보문교 인근에서 수색 작업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A일병 구조를 위해 예천 지역 실종자 수색은 일시 중단됐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