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송 참사 없어야…하천 범람, 방지법 말고 ‘실시간 대응법’도 필요

노자운 기자 2023. 7. 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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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충북 청주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14명의 희생자가 나온 가운데,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사전에 교통 통제를 지시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국가하천 미호강의 제방을 허가 없이 헐어버린 게 참사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하천법 개정안들을 통해 홍수 발생 위험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재해 발생 시 능동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류된 하천법 개정안 최소 10개…사고 방지에 초점

국회는 현재 계류 중인 수해 관련 법안 중 가능한 것부터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21대 국회에서 발의돼 계류 중인 홍수 방지 관련 법 개정안 중 ‘하천’ 관련 법안은 최소 10개에 달한다. 그중 일부 법안은 3년이 되도록 계류 상태에 머물고 있다.

하영제 무소속 의원 등이 발의한 하천법 개정안은 환경부가 댐 치수능력증대 사업을 진행할 경우 하류 취약 지구와 연안지역 등에 대한 수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국가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공간정보(GIS) 기반의 소하천 정보체계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내놓았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허가를 받지 않고 하천을 점용해 범람 피해를 가중시킨 사람에 대해 벌칙을 징역 2년 이하→5년 이하로, 벌금을 2000만원 이하→50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 등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의 홍수 방어를 위해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호강 같은 국가하천보다 지방하천의 홍수 피해가 극심하다는 점을 고려해 지방하천 관리에 초점을 맞춘 법안들도 눈에 띈다. 전국의 하천들은 규모 등에 따라 국가하천·지방하천·소하천으로 나뉜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리를 책임지는 국가하천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하천이나 소하천이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등은 지방 재정과 전문 인력이 부족해 지방하천의 홍수예방 등 관리 수준이 미흡하다며, 주요 지방하천은 국가와 지자체가 역할을 분담해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고 하천 관리 전 과정에서 생산되는 모든 데이터를 정보 체계로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홍수에 취약한 지방하천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주민과 협의체를 구성해 국가하천으로의 승격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임의자 국민의힘 의원 등은 ‘국가 지원 지방하천 제도’ 도입을 발의했다.

◇“홍수 위기시 누구나 교통 통제 가능하도록…능동적 대처 장치 필요”

이처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하천법 개정안들은 대부분 범람 위험을 최소화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관계자들은 하천이 범람 시 능동적으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한다.

황성익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완비돼있다고 해서 꼭 그 매뉴얼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당장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재난안전관리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동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도 “산업안전보건법(산업안전법)이 재난발생 시 근로자의 작업 중지 권한을 보장하듯,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을 통해 하천 범람 위기가 발생하면 누구든 교통을 통제하거나 지하차도를 차단하는 등 긴급 조치에 나설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재난안전법에는 재난의 신고 및 보고 체계에 대한 규정만 있다. 이 법 19조는 “누구든지 재난의 발생이나 재난이 발생할 징후를 발견했을 때는 즉시 그 사실을 시장·군수 등 관계 행정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를 받은 행정기관의 장은 관할 긴급구조기관의 장에게 통보해 응급 대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하천 범람 등의 자연재해는 눈 깜짝할 새 발생한다. 이번 오송 참사 역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진 지 단 몇 분 만에 6톤(t)의 물이 지하도로에 들이차며 발생한 것이다. 지자체나 관계 기관에 신고하고 조치를 기다리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설 변호사는 홍수 발생시 배후 저수지를 확보하는 등의 긴급 조치도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농경지가 침수돼 개인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지만,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것보단 낫다”며 “우선 긴급 조치를 취하고 사후에 농경지 소유주에게 적절하게 보상하는 방안을 법에 명문화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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