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S·퀄컴 '삼각동맹'… 오픈소스 전략으로 AI 판 흔든다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2023. 7. 19.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챗GPT가 이끌던 AI개발 경쟁
메타 주도 개방형 모델 급부상
MS, 오픈AI 이어 메타 손잡아
클라우드시장 점유율 확대 노려
엔비디아가 장악한 AI 반도체
구글·아마존 등 자체개발 올인

◆ 빅테크 AI 대전 ◆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이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개최된 마이크로소프트 인스파이어 2023 콘퍼런스에서 메타의 오픈소스 AI 라마2와 협력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현재 전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중심으로 빅테크 간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기존에 AI를 이끌어가던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오픈AI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챗GPT로 큰 타격을 받았다. MS는 오픈AI의 LLM을 적용한 검색 및 오피스 서비스를 내놓는 등 AI로 제품을 혁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소스를 공개하지 않는 구글·오픈AI 방식과 반대로, 메타가 지난 2월 LLM 라마(LLaMA: Large Language Model Meta AI)를 공개했다. 라마는 누구나 공개된 코드와 모델로 AI를 만들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이다. 라마가 개발자와 AI 연구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메타는 기존 라마를 업그레이드하고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라마2를 1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라마2 성능은 아직 GPT-3.5 수준이지만 오픈AI의 GPT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오픈소스 강점은 누구나 모델을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고, 이를 자신의 필요에 맞춰 바꿔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자신의 데이터로 학습시킬 수 있고, 이를 상업적인 용도로 쓸 수 있다. 오픈소스 한국어 LLM인 '폴리글롯 한국어'를 학습시키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양기창 씨는 "라마2는 상업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 같다"며 "과연 한국어도 영어처럼 잘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메타가 LLM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은 오픈소스 AI 생태계라는 큰 판에서 리더십을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픈소스는 더 많은 개발자가 새로운 기술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므로 혁신을 촉진한다"면서 "생태계가 더 개방적일수록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라마2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타는 라마2를 모든 기업에 공개하지 않았다. 월 사용자가 7억명 이하인 서비스에만 사용을 허가했다. 구글, 틱톡, 스냅 같은 메타의 경쟁사는 이를 사용할 수 없다.

메타가 퀄컴과 손잡고 LLM 경량화에 나선 것도 AI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매개변수가 많은 GPT 같은 LLM은 값비싼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장착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메타는 오픈소스이면서 규모가 작은 모델에 집중했고 이 경우 스마트폰이나 PC의 자체 반도체로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클라우드 서버에 사용되는 AI 반도체는 수요가 줄고, 삼성전자나 애플이 스마트폰 AP에 적용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중요성이 커진다.

라마2가 공개되는 날 MS는 메타와 손잡겠다는 깜짝 발표를 내놨다. MS가 투자한 오픈AI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날 열린 연례 파트너 회의 인스파이어에서 "MS는 오픈소스를 사랑한다"며 "오픈AI 같은 첨단 모델과 함께 오픈소스도 애저를 통해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S의 이 같은 결정은 오픈AI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AI까지도 애저 클라우드를 사용하게 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MS의 애저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클라우드는 모든 고객에게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 사용이 늘어나면 클라우드 사용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다.

이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영향력이 커진 오픈AI도 견제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오픈AI 투자자로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지만 비영리법인이어서 MS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최근에는 MS 사업과 오픈AI 사업이 겹치는 일도 있었다. 새로운 AI 서비스를 공개한 이날 MS 주가는 전일 대비 4% 급등했다.

MS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현재 AI 시장은 치열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은 하나같이 자체적인 LLM을 공개하거나 개발을 예고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신형 LLM인 PaLM2를 공개하고 이를 클라우드와 연계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는 친칠라라는 LLM을 개발했고 '스패로'라는 챗봇을 공개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자체 LLM으로 음성 AI 알렉사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며, 엔비디아는 네모메가트론이라는 LLM을 일찍부터 구축해 기업에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출범시킨 xAI도 자체적으로 LLM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반도체 시장 경쟁 또한 치열하다. 엔비디아의 GPU가 8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구글, 아마존, MS 같은 회사는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다. 값비싼 GPU보다 직접 설계한 AI 반도체를 사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구글은 일찌감치 AI 반도체 TPU를 개발해 내부 연구 사용은 물론이고 외부 고객에게도 제공하고 있다. AWS는 추론용 반도체 인퍼렌시아와 학습용 반도체 트레이니움을 개발해 클라우드 고객이 GPU가 아닌 자체 개발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지 않는 메타와 테슬라도 AI 성능 향상을 위해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