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한미군 고의로 허가 없이 월북 … 北과 대화중"

한반도 긴장 속 미군 월북
징계 이유로 美 소환 중이던
20대 초반 이등병으로 확인
공항서 도주한 뒤 JSA 견학
목격자 "하하 웃으며 넘어가"
바이든, 상황변화 면밀 주시

미국 국방부가 미 장병의 고의적인 무단 월북을 공식 확인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접촉을 시작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남북한 국경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도중 고의로 허가 없이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북한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다"며 "확인해야 할 것이 많고 며칠간 사건의 전개를 알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카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미군 장병이 자발적으로 허가 없이 국경을 넘었다"고 확인하고 "현재 국방부가 북한 카운터파트와 이 문제에 대해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한국 판문점 JSA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군 측과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미군 장병의 월북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 스웨덴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국방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18일 오후(한국시간) 월북한 미군 장병은 한국에서 폭행 혐의로 47일간 구금됐다가 지난 10일 풀려난 뒤 미군기지에서 일주일간 대기했던 20대 초반의 트래비스 킹 이등병(사진)이다. 그는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 텍사스주 포트블리스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까지 호송됐으나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고 돌연 JSA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월북했다.

킹 이등병은 공항 보안검색대를 지나 호송요원 없이 혼자 비행기 탑승구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 JSA 견학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던 목격자는 "한 남성이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더니 북한을 향해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며 투어 가이드들이 그를 뒤쫓았으나 잡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군 당국자들은 킹 이등병이 고의로 북한에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그가 JSA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상세한 경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미군 장병의 무단 월북 사건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 및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과 맞물린 양측 간 긴장 상황에서 발생했다. 북한에서는 아직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군 장병의 '자발적' 월북은 북한 체제 홍보에 활용될 수 있다.

미국은 북한과 직접적인 접촉 및 대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나아가 미군 장병 석방을 위해 미국 전·현직 당국자의 방북까지 시도할 수 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