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올해 ‘극한 장마’, 기후위기가 불러온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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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만, 올해 장마는 이미 많은 것을 기록했습니다.
장마가 시작된 6월25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중부 지방에는 532.1㎜, 남부지방과 제주도에도 각각 635.8㎜, 346.2㎜의 비(누적강수량)가 내렸습니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2011~2021년 장마철 평균 누적강수량(중부지방 378.3㎜, 남부지방 341.1㎜, 제주도 348.7㎜)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전북 군산은 14일 자정부터 오후 6시까지 364.8㎜ 비가 내려, 종전 일 강수량 최고 기록(2000년 8월26일, 310㎜)을 새로 썼습니다.
올해 장마는 평소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장마 초반엔 국지적 폭우와 폭염이 반복하며 나타나는 ‘도깨비 장마’ 형태를 보이더니, 지난 13일부터는 충청권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극한 호우’가 지속됐습니다.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자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 상황이 극단적으로 변한 것’이라는 말들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대체 이번 장마철 유독 많은 비가 쏟아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정말로 기후변화 때문일까요?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일단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큰 인명 피해를 불러온 충청 이남 지역의 큰 비는 “차고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과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라는,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정체전선이 충청도와 남부지방 상공에 머물며 비를 뿌린 것이 첫번째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기후변화로 인해, 성질이 다른 두 기단이 과거보다 더욱 세게 맞부딪히는 빈도가 증가할 수는 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수증기의 양도 증가합니다. 여름철 한반도 남쪽에서 올라오는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세력을 더 키워 올라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북극 기온이 올라 해빙(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 녹으면서 차가운 공기가 과거보다 우리나라 쪽으로 깊게 밀려내려오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한반도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기단의 힘이 더 세졌죠.
서로 성질이 다른 두 기단이 우연히 동시에 큰 세력을 형성하다 맞부딪히게 되면 이번처럼 극한 호우가 올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두 기단의 세력을 키우는 데 부채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최근 충청권과 남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는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기단 사이에 좁은 통로가 만들어져, 이 통로를 따라 수증기가 쉴새없이 흘러들어오면서 발생했습니다. 하늘에 수증기가 강처럼 흘러간다고 해서 ‘대기의 강’이라고 불리는 현상이죠. 대기의 강은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도깨비 장마’란 별명이 붙은 장마 초기로 돌아가볼까요? 올해 장마는 시작부터 요란했습니다. 장마 시작일인 지난달 25일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제주도에는 최대 200㎜ 가까운 비가 내렸습니다. 시간당 강수량도 40~60㎜로 매우 많았습니다. 장마가 소강 상태에 들면 폭염이, 그러다 다시 폭우가 찾아왔습니다.
도깨비 장마는 저기압이 정체전선을 들었다놨다 할 때 발생합니다. 대기 상층의 공기 흐름이 느려져 저기압이 자주 발달하고, 이 저기압이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비구름대를 한꺼번에 내륙으로 끌어올려 비를 쏟게 만든 거죠.
강하고 센 이번 장마의 원인으로, 일부에서는 ‘엘니뇨’를 지목하기도 하는데요. 엘니뇨는 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으로, 폭염, 홍수 등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6월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했고, 한국도 엘니뇨에 의해 남부 지방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조경숙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엘니뇨가 이번 극한 호우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아직까지 엘니뇨와 관련한 기상학적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데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온다면 그 기간은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올해 장마는 언제쯤 끝날까요?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올라오는 정체전선이 이번 주말께부터 다시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비를 뿌린다고 합니다. 이 비가 올해 장마의 마지막이 될지는 기상청도 “아직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대개 7월 말이면 장마가 끝나곤 했는데, 설마 이 기록도 바뀌게 될까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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