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서로의 편이 되어주기
세계 최고 보디빌더로 출발해 영화배우, 미국 주지사를 거친 아널드 슈워제네거. 20세에 이미 보디빌더로서 유럽에서 큰 성공을 이루며 자만해 있을 무렵,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다가 처음 패배를 겪었다.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언어도 안 통하고 몸 근육에 대한 평가 기준도 달랐으며, 마음을 붙이고 운동할 체육관도 찾기 힘들었다. "무기력하고 외로웠어요. 나 혼자 이룰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도움이 필요했어요."
좌절감에 빠진 슈워제네거를 건져낸 것은 같이 운동하는 공동체였다. 그는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보완해주며, 서로 자극하고 동기부여해줄 수 있는 편을 만들어갔다. 자신을 참패시킨 경쟁자에게까지 손을 내밀어 배우고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서로를 도왔다(We helped each other)". 그는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다큐멘터리 '아놀드'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혼자로서는 약하고 부족하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한데 모두가 슈워제네거처럼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연대를 맺어가지 못한다. 최근 회사들까지 나서 직원들에게 "서로 도와주며 힘을 합치라"고 독려하는 이유다. 다양성과 포용을 중요시하는 글로벌 회사에서 강조하는 개념 중 하나가 '얼라이십(Allyship)'이다. 나도 회사에서 '여성 리더십과 포용' 관련 이니셔티브의 한국 대표를 맡으며 처음으로 이 단어를 접하게 됐다.
미국 온라인 사전 사이트 딕셔너리닷컴은 2021년 올해의 단어로 얼라이십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소외된 이들을 지지하거나 나서는 사람의 역할이나 위상' 혹은 '공동 목표를 위해 상대방과 협력하는 사람, 집단, 국가 간 관계'이라고 설명했다. '서로의 편이 되어주기'라고 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얼라이십'을 주제로 한 사내 토론 행사를 진행할 때, 첫 질문은 "당신이 조직 안에서 소수(minority)라고 느낀 적이 있었느냐"였다. 미국인들 사이에 혼자 아시아인일 때, 근속연수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 혼자 신참일 때, 혹은 여성이 많은 팀에서 소수의 남성일 때 우리는 각기 다른 형태로 혼자이고 외로운 순간을 경험한다.
수년 전에 팀을 맡아서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워크숍을 할 때다. 겉만 봐선 남들이 모를 것 같은 나만의 약함(vulnerability)을 하나씩 나누기로 했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여기저기에서 눈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서로의 약함을 나눈 뒤에 놀랍게도 팀원들 사이에 자연히 유대감이 생기고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누군가의 편이 되어주고, 누군가에게 '내 편이 되어달라'고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예전에 밤에 화상회의에 들어갔을 때, 한 외국인 동료가 한 말이 떠오른다.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이브닝! 여기 늦은 밤 화상회의에 들어온 아시아 동료분들은 편안하게 화면을 끄셔도 됩니다." 작은 배려였는데, 처음 만난 그 동료가 '내 편'으로 느껴졌다.
[황성혜 한국존슨앤드존슨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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