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헌 옷 고쳐 입기
옷장에 옷이 가득하지만 입을 옷이 없다. 그래서 또 옷을 산다. 옷은 개성을 표출하는 수단이고, 유행도 바뀌니 당연하다 여긴다. 옷을 사는 것이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패션 산업은 원단 생산에서 가공, 유통,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막대한 물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도 옷에 주목한다. 최근 들은 강연에서 한 환경단체 대표는 '한 계절 동안 옷 안 사기'를 실천한 경험을 들려줬다. 옷을 사지 않는 것만으로도 환경보호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 베아 존슨은 몇 해 전 방한했을 때 "옷은 15벌이면 사계절을 나는 데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류 산업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EU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섬유제품은 내구성이 있고, 수선과 재활용이 가능해야 하며, 상당 부분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속가능하고 순환적인 섬유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는 의류폐기물 처리를 생산자 책임으로 규정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을 예고했다.
프랑스는 10월부터 옷과 신발 수선에 6~25유로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당근도 제시했다. 신발 굽을 수리하면 7유로, 재킷에 새 안감을 달면 10~25유로를 지원하는 식이다.
프랑스 대표 산업인 패션 업계에 '환경 파괴'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는 데다 국가 재정을 낭비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의류 수선을 장려하는 것은 섬유 산업의 환경오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2022년 기준 33억개의 의류와 신발이 시장에 출시됐고, 70만t의 의류가 버려졌다. 섬유 산업은 2050년에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베랑제르 쿠야르 프랑스 환경보전담당 장관은 "옷과 신발의 두 번째 수명을 믿는다"고 말했는데, 프랑스의 헌 옷 고쳐 입기 실험의 수명이 궁금해진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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