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든 의인의 손 vs 가벼운 의원의 입 [사설]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3명을 구조한 의인 정영석 씨의 손은 상처투성이였다.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이들에게 내밀었던 그의 손은 살갗이 벗겨지고 피멍이 들어 있었다. 증평군 공무원인 그도 화물차 기사 유병조 씨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화물차 창문을 깨고 탈출한 유씨는 스티로폼 조각을 붙들고 떠 있던 정씨를 포함해 3명을 구해냈다. 정씨는 "남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는데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었겠냐"고 했다. 의인에게 구조된 정씨가 의인이 되어 다른 생명들을 살린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서로를 챙긴 덕에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의인들이 침수 현장에서 '피멍 든 손'으로 시민들을 구해낸 반면 정치인들은 '가벼운 입'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한 행동과 말은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넣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깎아내리려고 참사를 정쟁에 이용한 것인데 부적절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이나 다름없다. 비판이 거세지자 김 의원은 사과했지만 '막말 제조기'인 그의 눈에 정쟁 외에 고통받는 국민이 보이기나 하는지 의문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호우 인명 피해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난 살인"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난리 중 골프를 친 홍준표 대구시장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자 "그걸 뭘 트집 잡아서 벌떼처럼 달려드냐"며 적반하장식 행태를 보였다. 국민의힘이 진상조사에 착수하자 나흘 뒤인 19일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기보다는 재난을 정쟁화하고,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는 언행을 일삼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이번 수해에서 국민을 뭉클하게 만든 것은 '끝까지 놓지 않은' 의인들의 손이었다. 정치는 아무런 감동도 주지 않았다. 우리 정치는 도대체 어디에다 정신을 팔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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