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AI투자 급한데 카르텔 논란 억울"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정호준(jeong.hojun@mk.co.kr) 2023. 7. 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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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로 벌어들인 조단위 영업익
AI·스마트팩토리에 집중투자
정부, 통신3사 요금인하 압박
업계 "투자위한 시간 더 달라"

통신 3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신을 뛰어넘을 비전인 인공지능(AI)·스마트팩토리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카르텔 논란'에까지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가 수익을 거두면서 분기당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비통신 분야인 이른바 AI·스마트팩토리·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에선 아직 성장세가 뚜렷하지 않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비통신 분야(엔터프라이즈·미디어·AI) 매출을 2021년 2조9000억원 수준에서 2025년에 8조1000억원까지 2.7배 확대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매출 비중도 36%까지 늘릴 계획이다. 당초에는 세부적으로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AI콜센터(AICC) 등을 총괄하는 엔터프라이즈 부문에서 연평균 30%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5%, 올해 1분기 5.8%로 매출 성장세가 당초 목표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도하는 AI 프로젝트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무려 1500억원 이상을 투입해 AI 서비스 '에이닷'을 출시했다. 여기에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AI 챗봇 '이루다'로 유명한 스캐터랩에 올해 4월 15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더 큰 성장을 주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 음성인식 비서 '시리' 개발의 주역인 김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물러난 것이 타격을 줬다"며 "이러다가 2006년 지능형 로봇 에이전트처럼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KT는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비통신 매출 비중(40%)이 높을 정도로 외형적 성장은 이룬 상황이다. 다만 일부 사업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는 지적이다. KT가 투자한 관계사인 케이뱅크, 메가존클라우드 등 50여 개 기업의 손익을 살펴보면 지난해 17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흑자(1160억원)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한 KT는 클라우드, AI 반도체 등을 패키지화한 'AI 풀스택'을 밀고 있는데, 이 부분이 내수에서는 정부가 일감을 주기 때문에 일정 부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외국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있으려면 보다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유플러스는 기업 인프라스트럭처 회선과 '아이들나라'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비통신 분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이들나라 등 일부 분야에서는 가입자 증가 등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 수익을 5G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비통신 매출 비중 목표(2027년 40%, 현재의 2배)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통신업체뿐만 아니라 AI 비전 업체 등 타 기업과도 수익을 공유해야 해서 현재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막대한 자금을 비통신 분야에 투자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과는 저조하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선 비통신이 미래 산업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처럼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1등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의 경우 지난해 146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 중 약 40조원(25%)이 비통신 분야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후발 주자로 여겨졌던 중국 통신사가 규모의 경제(중국이라는 큰 내수 시장)를 등에 업고 클라우드, 에지 컴퓨팅, 기업의 디지털 전환 등 비통신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통신 3사는 '통신 카르텔'이라는 오명을 썼다. 앞서 정부는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통신 3사를 제외한 알뜰폰(MVNO·이동전화 재판매)과 함께 제4 이통사로 불리는 신규 사업자 육성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제4 통신사 육성도 좋지만 5G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통신 육성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착잡하다"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 우수민 기자 /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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