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순위도 바꿀판 … 단기납 종신 제동
5~7년 뒤 원금에 이자 약속
고금리 적금처럼 속여 판매
노인운전자·어린이보험도 경고
당국 "불완전판매 위험 커"
"5년 가입하면 원래 (이자가) 연 3.7%인데, 보험설계사가 6.3%까지 맞춰준다고 합니다. 종신보험이라고 하는데, 중도 해지해도 5년짜리 은행 적금보다 나은 거 아닌가요?"
단기납 종신보험을 비롯해 업계에서 판매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초회 보험료 기준 업계 판도가 바뀔 정도로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다.
올 들어 보험 판매 조직을 대거 확충한 한화생명에서 드라이브를 걸면서 수십 년간 1위를 지킨 삼성생명을 넘어섰다는 소문도 돌았다.
19일 금융감독원은 "단기납 종신보험(무·저해지)의 과도한 유지 보너스 지급을 제한하는 등 저축성 보험처럼 설계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5년 후 111%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고금리 적금처럼 판매하는 일각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20년 이상 납부하는 기존 종신보험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5~7년만 내면 되는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급증했다. 금감원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8.4% 수준이었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에 41.9%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70%를 넘어설 정도로 과열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신보험의 본질은 '사망 후 보장'인데 납입 기간이 끝나면 해지하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식으로 불완전판매와 건전성 악화 우려가 있었다"면서 "고금리 저축 정도로 오해하고 가입했다가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보완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납입 완료 시 환급률을 100% 이하로 낮추고, 장기 보너스는 10년 이상 유지했을 때 지급하는 방식으로 상품 설계 변경을 유도할 계획이다.
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린 것은 '월별 보험료 순위' 때문이다. 짧은 기간에 보험료를 집중적으로 납입하다 보니 월별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같은 건수를 판매해도 수입 보험료를 훨씬 많이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파격적인 수당을 내걸고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유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인센티브는 당초 월 보험료의 300% 안팎이었지만 5월에는 800% 넘게 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삼성생명 등은 인센티브 제공을 축소했다. 그러나 한화생명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센티브를 유지하며 보험료 수입 격차가 크게 줄었고, 6월에는 사상 최초로 한화생명이 업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이 보험대리점(GA)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고 지난해 또 다른 GA인 피플라이프까지 합병하며 초대형 GA 조직을 갖춘 전략도 보험 판매 확대의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 편법 판매를 막는 조치가 시행되기 전까지 오히려 해당 상품 판매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통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손해보험사의 불완전판매 행태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은 이날 운전자보험의 보장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보험 기간을 최대 100세로 설정한 상품들이 있었는데, 운전이 어려운 초고령자는 보험료만 부담하고 실제 보장은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른이보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어린이보험 마케팅도 어려워진다. 가입 연령이 최대 35세까지 늘어나고 성인 질환 보장이 추가되는 추세였는데, 앞으로 가입 연령이 15세를 초과하면 어린이 또는 자녀보험과 같은 상품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문재용 기자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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