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각장애인이 전자책을 더 쉽게 볼 수 있다면

2023. 7.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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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는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는 고기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습니다.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시기를 기대하면서 저 또한 우리 사회의 소외된 분들을 대변하는 공복으로서 모든 국민이 당당한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예지 의원의 6월 14일 국회 대정부질의 발언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립 박수가 이어진 훈훈한 장면이었다. 야당도 화답했다.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고,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오늘 할 이야기는 시각장애인 독서권에 관한 것이다.

활자보다는 영상, 그것도 짧은 것이 대세가 되어버린 세상이지만, 여전히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온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꺼내놓기에 책만 한 것이 없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쓸 사람은 쓰고 읽을 사람은 읽는다. 나도 하나 썼고, 틈틈이 읽을 만한 책을 살핀다. 그렇지만 읽고 싶은 책이 늘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제작에 몇 달 걸린다. 그래서 장애인의 독서 환경은 열악하다.

그런데 전자책 덕분에 개선의 여지가 생겼다. 하지만 현실로 들어가 보면 곳곳에 장벽이 있다. 크게는 뷰어의 접근성과 전자책 문서 자체의 접근성이다.

2015년쯤 동료가 나에게 독서모임을 권했다.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할 기회는 덤이라며. 책 구하기가 어려워서 걱정이었는데 전자책 뷰어에 음성 읽기 기능이 있다고 했다.

설레는 마음에 앱을 설치했지만,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읽어주기 버튼을 찾아 누를 수 없었다. 실망을 가득 담아 "접근성만 있으면 시각장애인도 책을 읽을 수 있다"고 리뷰를 남겼다. 여러 앱을 써 보았지만 다 꽝이었다. 접근성이 전혀 없거나 이름도 달려 있지 않은 버튼 하나하나를 눌러 가며, 앱을 껐다 켜기를 거듭하면서 겨우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저히 쓸 수 없었다.

다행히 리뷰를 달았던 그 앱은 그럭저럭 쓸 만해졌다. 그렇지만 갈 길은 아직 많이 남았다.

전자책 문서 자체의 접근성 문제는 대표적으로 그림이나 표에 대한 대체 텍스트가 없는 것이다. 소설이야 삽화 몇 없어도 그만이지만, 본문만큼이나 다른 것이 중요한 책은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표준이 정해져 있지만 제작비 문제가 걸린다.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보완한다. 새로운 정보를 얻고 화자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우리의 내면세계도 넓어져 간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기에 독서만큼 좋은 것도 없다.

문화생활에서 고용, 교육에 이르기까지 시각장애인의 독서 기회 확대는 절실하다. 어항과 수족관을 깰 수 있도록 국회, 정부, 관련 업계가 머리를 맞대어 전자책 접근성을 개선해 나가기를 시각장애인 독서가이자 소비자로서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김동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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