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열린 초등학교 타임캡슐…물에 젖은 편지에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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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다른 모습이라 속상하네요. 20년 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또 한번 느낍니다."
그러나 20년 만에 마주한 타임캡슐은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편지에는 '착한 모습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거나 '의사가 되고 싶다' 등 20년 전 꿈나무들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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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생각과 다른 모습이라 속상하네요. 20년 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또 한번 느낍니다."
19일 오후 3시 인천시 연수구 선학초등학교. 포크레인이 운동장 구석의 흙을 퍼내자 땅속에 20년간 묻혀 있던 '타임캡슐'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름 70㎝, 높이 1m짜리 붉은색 플라스틱 통 4개에 담긴 타임캡슐은 20년 전인 2003년 7월 19일 여름방학식 때 교정에 묻혔다.
타임캡슐 안에는 학생 1천983명과 교직원 70명 등 2천53명이 '20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 '가장 아끼는 물건', 가족사진 등을 넣었다.
그러나 20년 만에 마주한 타임캡슐은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플라스틱 통 안에는 물이 들어차 물건과 편지 대부분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됐다.
이날 타임캡슐 개봉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졸업생과 전직 교직원 등 200여명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명수(76) 전 선학초 교장은 는 "비닐을 여러 겹으로 싸고 실리콘으로도 밀봉했는데 통에 물이 들어가 버렸다"며 "묻을 때 여러분께 조언을 받았는데 이렇게 돼서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학교 선후배, 은사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졸업생들은 아련한 옛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직장에 연차를 내고 왔다는 전상권(32)씨는 "20년 전 내가 어떤 편지를 썼는지 보고 싶어서 왔는데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오랜만에 친구들과 선생님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린 자녀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온 한은비(33)씨는 "아이와 함께 엄마가 20년 전 쓴 편지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그래도 엄마가 다녔던 학교를 자녀와 같이 올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일부 졸업생은 아쉬운 마음에 타임캡슐 속 물에 젖은 편지를 일일이 펼쳐보기도 했다.
편지에는 '착한 모습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거나 '의사가 되고 싶다' 등 20년 전 꿈나무들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
선학초는 학교 대강당에 졸업생과 교사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아쉬움을 달랬다.
현직에 있는 한 교사는 20년 전 선학초에서 담임을 맡았을 당시 학급 학생들의 이름을 적은 출석부를 가져와 한명씩 이름을 부르며 제자들과 재회하기도 했다.
선학초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장영진(78)씨는 "20년 만에 지하철 선학역에 내려서 다시 학교에 오는 길이 굉장히 설렜다"며 "교사는 제자들을 마음으로 낳는다. 제자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더 잘 됐으면 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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