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수사’ 비판에···경찰,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담수사본부 전격 교체

이유진·김세훈 기자 2023. 7. 19. 17: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집중호우에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지난 16일 119 구조대원들이 수색 중 수습한 실종자 시신 1구의 신원확인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경찰이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전담수사본부의 구성원을 전격 교체했다. 10·29 이태원 참사 때도 불거졌던 ‘셀프 수사’ 의혹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9일 충북경찰청 전담수사본부의 본부장을 교체하고 수사 인력을 보강했다. 당초 수사본부는 충북청 수사부장 송영호 경무관을 본부장으로, 국무조정실과 충북청·청주 흥덕서 수사관 등 88명으로 꾸려졌다. 그러나 이후 참사 당시 경찰이 112 신고를 접수하고도 출동 인원이 없어 나가지 않거나 사고 장소가 아닌 곳으로 출동하는 등 부실 대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대로 된 수사가 되겠냐’는 지적이 나왔다.

새 본부장은 김병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이 맡았다. 총경 2명과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6개팀 등 50여명을 추가로 파견한다. 수사인력 68명, 피해자보호·과학수사·법률자문 등 지원인력 70명을 포함해 총 138명으로 운영된다.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사고 목격자와 구조자, 마을 주민 등 15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미호강 옆 미호천교 신설 공사로 급조된 임시제방이 폭우로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참사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제방 유실이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제방 관리·감독을 맡은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는 사전 위험경고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판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발생 4시간여 전인 오전 4시쯤 충북도·청주시·흥덕구 등 76개 기관에 ‘홍수경보’ 통보문을 전달했다. 사고 발생 2시간여 전에는 흥덕구청 담당 부서로 연락해 주민대피와 교통통제 필요성을 알렸으나, 도로 통제는 없었다. 이태원 참사 때도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11건의 112 신고가 접수됐지만 인파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참사 당일 오전 7시4분과 7시58분 두 차례 112 신고를 받고도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가 아닌 ‘궁평’지하차도로 출동했다. 참사 발생 20여분이 지난 오전 9시1분에서야 처음 현장에 도착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소방은 사고 당일 오전 7시51분쯤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주민신고를 받고 오전 8시3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청주시에 상황을 전달한 뒤 사고 직전인 8시29분쯤 현장을 떠났다.

기관마다 ‘네 탓이오’ 공방…경찰 수사 가려낼까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관계기관 수사에 착수했다. 이태원 참사 등 국가 재난대응 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날 때마다 적용되는 혐의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보다 형량이 높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중이용시설인 지하차도에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중대시민재해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관계기관 간 소통 부족이 재난 피해를 키웠다고 말한다.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재난안전통신망이 있다 해도 실제로 사용하려면 지자체·경찰·소방 등 협업 훈련이 필요한데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며 “재난 유형마다 대응 기관의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하는데 현장대응 매뉴얼에서 명확하지가 않은 게 책임 떠넘기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처벌 중심인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다 때려잡겠다는 식으로 수사가 이뤄지면 이후에 공무원이나 경찰들이 처벌 여부를 의식해 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를 포함한 논의를 통해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것으로, 수직적 지휘체계를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