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이고은과 박정아의 ‘세 번째 만남’…“팀이 필요로 한 만큼 보답하겠다”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의 주전 세터 이고은(28)은 “솔직히 속상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누구라도 마음이 쓰릴 상황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한국도로공사를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를 연간 보수 총액 7억7500만원(3년)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영입했다.
규정에 따라 한국도로공사에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는데, 페퍼저축은행은 이 과정에서 이고은을 보호선수로 묶지 않았다. 이미 주전 세터 이윤정을 보유한 한국도로공사가 굳이 이고은을 지명하지 않을 거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매력적인 세터 자원인 이고은을 지명했다. 지명 예측에 실패한 페퍼저축은행은 결국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트레이드를 통해 이고은을 재영입했다. 이고은을 다시 얻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출혈이 생겼다.
19일 광주시체육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이고은은 “이런 일이 처음 생겼을 때는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면서도 “팀에서 나를 필요로 했기에 다시 왔다.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자리한 김동언 단장은 구단의 불찰임을 인정하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김 단장은 “도로공사에서 이적했던 이고은 선수를 도로공사가 다시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굉장히 중요한 선수이기 때문에 도로공사 측에 다시 이야기해서 데리고 오게 됐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게 된 이고은은 주포 박정아와 IBK기업은행, 한국도로공사에 이어 3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고은은 “3번째 팀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며 “세터가 잘 때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시즌 호흡을 잘 맞춰서 시즌 때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말했다.
박정아도 “도로공사 때와 달리 페퍼에서 고은이가 다른 스타일로 토스를 하고 있다. 차차 맞춰가면 좋은 흐름이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광주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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