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한 변상일···리쉬안하오 꺾고 춘란배 우승
한국 바둑에 또 한 명의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자가 탄생했다. 한국 랭킹 3위 변상일 9단이 춘란배 우승으로 당당히 세계대회 타이틀 홀더가 됐다.
변상일은 19일 중국 충칭의 하얏트호텔 특설대국장에서 열린 제14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중국의 리쉬안하오 9단을 상대로 212수 만에 백 불계승을 따냈다. 5시간8분이 걸린 대혈투 끝에 승리한 변상일은 지난 17일 1국 승리에 이어 종합 전적 2-0으로 정상에 올랐다.
변상일은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2012년 1월 입단한 이후 약 11년7개월 만에 거둔 값진 성과다. 통산 우승 횟수도 7회로 늘어났다. 한국은 12회 대회 박정환 9단, 13회 대회 신진서 9단에 이어 이번에 변상일이 우승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변상일은 리쉬안하오와의 상대전적을 3승3패로 맞췄다. 변상일의 3승은 모두 대면대국에서, 리쉬안하오의 3승은 온라인 대국에서 기록한 것이다.
변상일은 신진서, 박정환에 이은 랭킹 3위를 오랜기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잠시 박정환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등 오랜기간 꾸준한 실력을 뽐내고 있다.
실력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최정상급 기사지만, 조용하고 과묵한 성격 때문에 주목도는 덜했다. 오히려 지난해 최정 9단과의 삼성화재배 4강에서 패색이 짙자 심하게 자책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 카메라에 잡힌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변상일은 이번 춘란배 결승을 위해 준비를 단단히 했다. 신진서, 박정환 등 정상급 기사들과 실전에 가까운 대국으로 준비를 했고, 스스로도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았다.
결승이 열린 충칭은 리쉬안하오의 고향이다. 중국 측에서 리쉬안하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일부러 장소를 이 곳으로 골랐다. 하지만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기회에, 4강에서 신진서를 상대로 ‘치팅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리쉬안하오를 상대하는 변상일의 각오 또한 남달랐다.
1국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던 변상일은 이날 2국 역시 종반까지 알 수 없는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막판 끝내기에서 강력한 집중력을 보이며 순식간에 승부를 갈랐다. 좌하귀와 좌변 끝내기에서 포인트를 따내 미세한 우위를 점했고, 이후 리쉬안하오의 실수에 우하귀 끝내기까지 유리하게 마무리지으며 승기를 잡았다. 리쉬안하오가 중앙에 집짓기를 시도하며 끝까지 버텨봤지만, 변상일이 이를 타개하며 승부가 마무리됐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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