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궁평지하차도 망언, 민주당에서도 비판 쏟아져
조승현 "기자 출신인데도 정무적 판단 회로 고장"
박성민 "촌철살인 욕심 너무 커" 김한규 "당 지도부도, 부적절 의견"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시 했던 발언에 대해 “조국과 민족 운명을 궁평 지하차도에 밀어넣는 일”이라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국민의힘 등 여권뿐 아니라 민주당 안에서도 “기자 출신인데도 정무적 판단 회로가 고장났다”, “촌철살인 욕심이 너무 커 말조심을 안 한다”, “당 지도부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김의겸 의원은 지난 17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행 관련 발언을 비판한 뒤 프레스라운지에서 가진 백브리핑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는 러시아와 중국의 총구가 태평양 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그 총구가 우리나라를 향하지 말라는 법이 없게 됐다”며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마치 범람하는 강과 같은데,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 운명을 궁평 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의 폭주 제발 멈춰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제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을 위해 20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낳은 참사 현장에 비유했다는 점에서 '망언'이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 유가족 슬픔과 분노의 현장을 비하했다는 지적이다.
비판이 쏟아지자 김 의원은 17일 오후 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며,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 러시아 정책의 위험성을 강조하려던 마음이 앞서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거듭 사과드린다”고 썼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개 비판이 나왔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 이후 백브리핑에서 '김의겸 의원이 피해자와 현장을 비하하는 말을 해 비판을 받고 있는데, 당 입장은 어떠하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본인이 이미 사과한 것으로 안다”며 “여러 의원들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 그것에 대해 당에서 공식적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는 거냐'는 질의에 “여러 의원들이, 지도부를 포함해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개별적으로 의견을 드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인사들이 생방송에 출연해 김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성민 전 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은 19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의원 발언이) 부적절하다”며 “어떤 말로 설명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이건 너무 명백하게 큰 잘못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여든 야든 지금 보면 너무 말조심을 안 하는 것 같다”며 “촌철살인에 대한 욕심이 일단 너무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출신의 조승현 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은 1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 이런 얘기를 하면 정쟁이 된다”며 “다른 사안까지 끌어들여 이런 비극적 상황을 사실 입에 올리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진짜 정쟁이라는 비판을 듣게 되고. 모든 사안을 갖다가 거기다 갖다 붙이는 게 확증편향이라는 비판까지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조승현 수석부위원장은 정치권이 기자 출신 대변인들을 선호한다는 점을 들어 “기자가 정치권에 대변인으로 가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비판을 받지만, 좋아하는 이유는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한 10년~20년 하면 머릿속에 정무적 판단을 하는 회로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근데 이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무적 판단 회로가 고장 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열린민주당 대변인 출신의 민주당원인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같은 날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하지 않았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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