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켜쥐려 했더니 빠져나갔다”···‘투수 2관왕’이었던 안우진의 반성과 다짐[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3. 7.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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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안우진이 지난 11일 고척 KT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안우진(24·키움)은 시즌 초반 일기를 썼다. 야구가 잘 안 돼서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몇 줄씩 적어보며 마음을 풀곤 했다. 전반기 마지막 3경기에서 연속으로 4실점 이상씩을 한 안우진은 그때 썼던 일기를 다시 열어보았다. ‘내가 쓴 게 맞나’ 싶어 웃음이 나는 한 줄이 있었다. “나는 욕망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쓴 것을 보고 안우진은 전반기의 투구를 돌아보았다.

안우진를 지배하고 있던 ‘욕망’은 평균자책이었다. 지난해 단일 시즌 탈삼진 역대 2위(224개)의 기록과 함께 탈삼진왕에 오른 안우진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평균자책(2.11)도 1위에 올랐다. 투수 중 유일하게 2관왕에 오르며 KBO리그의 새로운 토종 에이스 후계자로 등극할 수 있었다.

시즌 내내 레이스를 맨앞에서 주도했던 탈삼진 경쟁과 달리 평균자책 1위는 기대치 않게 만들어졌다. 리그 에이스 김광현을 계속 쫓아가다가 마지막에 극적으로 뒤집었다. 어느 경기에서든 1점만 더 줬어도 1위는 할 수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매 경기 실점 상황을 더 신중하게 여기게 됐고 동시에 평균자책 기록에 대한 짜릿함을 느끼게 됐다. 올해, 안우진은 어느새 평균자책 1위를 욕심내고 있었다.

안우진은 “작년에 한 번 한 건데 마치 내 것인 것마냥 욕심을 냈고, 그런 욕심이 나를 더 압박했던 것 같다. 작년에 그 마지막 경쟁을 통해서 1점이 소중하다 느꼈는데 그래서인지 더 예민해져서 1점을 너무 아까워하고 매경기 불만족스러워하고 스트레스를 가졌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도 안우진은 결코 부진하지 않았다. 17경기에 나가 107이닝을 던졌고 6승(5패)을 거뒀다. 평균자책은 2.44로 리그 4위다. 1점대로 1위를 지켜오던 평균자책이 전반기 마지막 3경기에서 13자책점을 내줘 4위로 밀려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44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잘 던져왔다.

안우진은 “돌아보면 선발 중에 성적이 가장 좋은데 불만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져버렸다. 시즌초에 스트레스 받아서 썼던 것을 보면서 그때를 반성했다”고 말했다.

절대 실점 안 해야지 생각하면 실점은 더 불어난다. 갑자기 실점을 쏟아냈던 최근 3경기를 통해 차라리 후반기를 다잡을 수 있게 됐다. 안우진은 “1.61이었던 평균자책이 KIA전 5실점 해서 2.00이 됐다. 그러자 그 뒤로는 ‘이제 몇 점 주면 올라가는구나’ 하고, 그러면 안 되는데 매경기 평균자책을 신경썼다”며 “작년에 평균자책 욕심냈던 것은 진짜 마지막 등판일 딱 하루였다. 움켜쥘수록 빠져나가는 것 같다. 이제부터는 그래도 2점대만 지키자는 생각으로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키움의 기둥이다. 오랜 에이스였던 에릭 요키시가 부상으로 팀을 떠난 이제 안우진이 에이스 몫을 안고 있다.

안우진은 “작년에는 전반기를 마칠 때 팀이 2등이었고 나는 10승을 하고 있었다. 후반기 생각은 별로 하지 않은 채 편하게 올스타전에 나갔었다. 하지만 지금은 후반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며 “올해는 내 실점 타이밍 자체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선취점을 주지 않도록 후반기에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평균자책 타이틀을 지켜보겠다는 욕심은 마음에서 떠나보냈다. 그러나 마음 먹으면 잡을 수 있는, 탈삼진 목표로는 직진이다. 안우진은 “2년 연속 200탈삼진을 해보고 싶다. 생각보다 전반기에 많이 잡아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은 삼진을 잡고 싶다는 생각은 그래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기에만 130개를 잡아 압도적 1위인 안우진은 70개만 더하면 최초로 2년 연속 200탈삼진 투수가 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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