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잠자던 '호우 대책' 법안 기지개…여야 "최우선 처리"
수해복구 기구는 여야 이견…물관리 주체 국토부 재이관 놓고도 대립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한주홍 기자 = 여야가 수 십 명의 인명 피해를 가져온 이번 수해 사태를 계기로 7·8월 임시국회에서 침수·하천 범람 방지를 위한 '호우 대책' 법안 중 시급한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시 침수와 하천 범람 방지 대책을 위한 법안 중 일부가 빠르면 이달 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9일 호우 대책 법안 중 가능한 것들은 7월과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장 7월 말 예정된 본회의에서 수해 관련 대응 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우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서 법제사법위에 계류 중인 하천법, 수계 관련법, 수자원공사법은 7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도심 침수와 하천 범람 방지법을 비롯해 관련 법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우선적으로 꼭 필요한 법안들을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재난관리기본법과 농업재해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관련 국회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들 간에 논의를 거쳐 계류 법안 중 7·8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할 법안과 중장기 논의를 거쳐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법안을 분류하는 논의를 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도심 침수와 하천 범람 방지법'은 총 21건 정도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침수 우려 지역 건축물에 침수 방지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건축법 개정안, 지방 하천을 국가 하천으로 변경 지정하는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하천법 개정안 등이 우선 처리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도시 하천 침수 피해 방지를 위한 법 개정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두고는 여야 간 이견이 뚜렷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대도시 홍수 통합 관리를 위해 환경부가 '도시 침수 방지 종합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자당 노웅래 의원이 발의해 1년 반 넘게 환노위에 계류중인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법 제정안'을 이번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행정안전부를 도시 침수 방지 종합 계획 수립의 주체로 하는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지난 1년여간 환경부와 행안부 간 알력 다툼으로 법안 심의가 지연된 사안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며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변경했던 수자원 관리 주체를 다시 국토부로 되돌리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향후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극심한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이번 호우 피해를 계기로 '물관리'를 국토부로 재이관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데,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호우 피해 재발을 막지 못한 책임을 전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입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여야는 수해 복구 입법 대책을 논의할 기구 구성을 두고 기 싸움을 이어갔다.
전날 민주당이 '수해복구 여야정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국민의힘에 공식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수해 복구와 대책 마련에 정부가 매진해야 할 시기인 만큼 '여야 협의체'를 꾸려 '수해방지법' 신속 처리와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하자고 '역제안'하며 사실상 야당 제안을 거부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도 "복구와 지원의 핵심은 속도다. 여야정 TF를 구성해 (집중호우) 피해 복구와 피해 지원,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부는 현장 조치라든지 여러 가지 수해 복구로 겨를이 없으므로 필요하다면 여야가 만나서 수해 복구, 수해 방지 관련 법을 빨리 신속 처리하자"면서 "기후 변화에 따른 장기적 대책을 여야가 같이 마련하는 데 논의가 필요하다면, 여야 협의체 구성은 그것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수해 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여부도 여야가 충돌하는 또 다른 지점이다.
박 원내대표는 "원활한 수해 복구를 위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 홍수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커져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더욱더 분명해졌다"며 연일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는 "추경 편성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오히려 시급한 수해 복구 지원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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