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 효과도 끝? 심상찮은 尹대통령 지지층 이탈
‘선명성’으로 보수 결집 노렸지만 오염수‧고속道‧순방 ‘줄 논란’에 발목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한동안 상승 곡선을 그리던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도의 최근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전통 지지층의 이탈이 도드라지면서 서서히 총선 모드에 돌입하고 있는 여권 내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일각에선 '우클릭'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도모했던 윤 대통령의 총선 전략에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가장 최근 공개된 한국갤럽(14일 발표)과 리얼미터(17일 발표)의 윤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 몇 가지 공통점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해,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특히 갤럽 조사에선 전주 대비 지지율이 6%포인트 떨어지면서 1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38%→32%). 리얼미터의 경우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순방 효과'가 전혀 발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39.1%→38.1%).
이처럼 지지율이 하락한 데는 여권 전통 지지층의 이탈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두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60대' 그리고 '부산‧울산‧경남(PK)'에서의 하락세가 돋보인 가운데, 갤럽에선 '대구‧경북(TK)' 지지율 역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윤 대통령 PK 지지율은 불과 한 주 사이 리얼미터에서 5.6%포인트(44.6%→39.0%), 갤럽에서 11%포인트(47%→36%)나 급락했다. 이를 두고 두 조사기관에선 모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직전 주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가 공개돼 방류 가능성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해양수산 관련업 비중이 큰 남부권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여권의 신규 지지층이었던 20대 민심도 한층 싸늘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리얼미터에서 20대(18~29세) 지지율이 2.6%포인트 하락한 한편(34.0%→31.4%), 갤럽에선 한 주 새 8%포인트가 떨어져 10%대로 주저앉았다(25%→17%). 전문가들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MZ세대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즉, 연이어 터진 '오염수'와 '고속도로 논란'으로 인해, 앞선 선거에서 여권에 승리를 가져다 준 전통 지지층과 신규 지지층이 함께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두 여론조사 발표 이후에 터진 '수해'와 '김건희 여사의 순방 중 명품 쇼핑 의혹' 등 악재가 더 남아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추가적인 하락세를 막지 못할 경우 장차 총선 여론전에서 상당히 난항을 겪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尹 지지율 50% 안팎이어야 승산" "與 이길까봐 국민들 우려해"
시사저널 취재 결과, 윤 대통령은 총선 승리 전략으로 '선명한 보수색(色)'을 내세우는 방안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념 대 이념' 프레임으로 영남‧60대 이상을 더욱 공고히 다잡고, 보수 성향이 우세한 2030 남성들까지 끌어오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 총파업 저지'와 최근 '반(反)국가세력 발언' 직후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 효과를 맛본 만큼, 이러한 전략이 현실성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 논란들이 줄을 이으면서 여론은 오히려 윤 대통령의 전략에 역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논란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채 강경 우클릭 행보만 지속할 경우 결국 총선에서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의 외면을 받는 역효과가 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각종 논란과 그에 대한 해명으로 국민들의 염장을 지른 상황에서 안보를 외치고 노동자를 때리는 게 더는 국민들한테 통할 리 없다"'며 "이 점을 지적해 줄 레드팀도 주변에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지지층 이탈은 물론 전 국민이 '정치 실종의 비극'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의 총선 승리를 위해선 윤 대통령의 조속한 전략 수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외의 한 여권 인사는 취재진에 "총선에서 수도권을 주도하고 최종 승리를 거두려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소 40%대 후반~50%가 돼야 한다. 여기에 후보 개개인의 능력으로 5~10%정도 더 끌어올리면 비로소 당선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30%대에 머물고 있는데, 억지로 중도 확장 전략으로 돌려도 모자랄 판에 오른쪽으로 계속 내달리기만 한다면 총선은 아무 승산이 없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청년대변인 출신 신인규 정치바로세우기 대표도 현 정부의 여론 전략이 출발점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약자임을 내세우고 도와달라는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와 반대로 과도하게 힘을 사용했다. 지금 정부는 전혀 약해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기면 지금보다 더 막 나가겠네'라고 우려한다. 민주당도 싫지만 어찌됐든 이 정부를 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4.3%다. 또한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0~14일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7명 대상을 조사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3.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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