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개막 기다리는 신임 감독 4인방, 희비 엇갈린 전반기
야심 차게 시즌을 시작한 신임 감독들의 희비가 전반기 극명하게 엇갈렸다.
코치 경험조차 없이 불안 반, 기대 반으로 시즌을 시작한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이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7월을 앞두고 총력전을 선언했고, 선수들은 사령탑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에 한 걸음 모자란 9연승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감독 개인으로는 부임 첫해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썼다. 6월 한때 선발 투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난조로 “잠이 잘 안 온다”던 이 감독의 표정에도 한결 여유가 보인다.
이 감독은 지난 13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 전 브리핑에서 “준비했던 대로만 하면 만만한 팀은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면서 “마음을 내려놔선 안 되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잠을 좀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감독 역시 고민이 없지는 않다. 일단은 김재환이다. 전반기 마지막까지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지만, 김재환은 반등하지 못했다. 젊은 야수들의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아쉽다. 38세 베테랑 김재호가 돌고 돌아 주전 유격수로 다시 나섰고, 외야 한 자리는 여전히 공백이다.
감독 대행으로 시작해 올 시즌을 앞두고 공식 부임한 강인권 NC 감독과 박진만 삼성 감독은 힘겨운 전반기를 치렀다.
‘양강’ LG와 SSG를 차례로 스윕하며 기세를 올리던 NC는 6월 중순 이후로 선발 투수들의 줄 이은 부상으로 연패에 허덕였다.
삼성은 허약한 선수층으로 고전하며 창단 첫 꼴찌 위기에 몰렸다. 후반기 개막을 이틀 앞둔 19일 현재 31승 49패로 리그 유일한 3할대 승률(0.388)이다. 9위 키움과 어느새 5경기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시즌 중 팀 내 베테랑을 2군으로 내려보내며 강수를 뒀다는 점도 두 신임 감독의 공통점이다. 박 감독은 지난달 17일 KT전 투수 교체 과정에서 격하게 불만을 드러낸 팀 내 최고참 오승환(40)을 바로 다음 날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강 감독은 주포 박건우(33)의 태도를 지적하며 지난 3일 2군으로 내려보냈다. 감독 부임 첫 해부터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셈이다. 오승환은 엔트리 말소 열흘 만에 복귀했고, 박건우도 후반기 개막과 함께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 경질 논란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부임한 최원호 한화 감독은 팀 상승세를 주도하며 기분 좋게 전반기를 마쳤다. 5월 12일 감독으로 데뷔해 47경기에서 23승 3무 21패를 기록했다. 구간 성적만 따지면 리그 5위다. 최 감독은 취임 인터뷰에서 “이기는 야구를 위한 셋업”을 강조했다. 내년 시즌에 초점을 둔 이야기지만, 당장 올 시즌 가을야구 또한 꿈만은 아니다. 아직은 8위에 머물러 있지만 5위 롯데와 2.5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다. 66경기를 남긴 최 감독의 후반기 운영에 관심이 쏠린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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