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 땅 없으면 바보” 대통령부터 장관에 국회의원까지 ‘이해관계’ 얽혀
서울과 가깝고, 땅값은 수도권 중 싼 편
부동산업자 “한동안 정치인들 사이 인기”
양평고속도로 들어서면 직·간접적 혜택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땅 부근으로 바뀐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본인 또는 직계 가족 명의로 양평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소유한 토지 건물 등의 부동산 가치를 합하면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수의 공직자가 ‘양평 고속도로’의 직·간접 이해관계자인 셈이다.
19일 관보에 공개된 올해 3월 기준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을 보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최근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김선교 국민의힘 전 의원은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 농지를 본인 명의로 513㎡, 모친 명의로 279㎡ 보유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단독주택과 창고 등 건물 2채도 가지고 있다. 현재 가액으로 환산하면 총 3억1127만원 가량이다. 김 전 의원은 양평군수를 3선 연임한 바 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양평군 개군면에 887.53㎡(2858만원)의 임야와 도로를 소유하고 있다. 해당 토지의 등기부 등본을 보면, 조 의원은 1997년 이를 증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지난 6일 YTN ‘더뉴스’에 출연해 “민주당이 제기한 특혜 의혹은 가짜뉴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상면(변경안)에는 진출입로가 없어서 맹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황금의 땅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건 강하면이다. 거기에 민주당 관계자가 살고 있다”고 했다. 그가 땅을 소유한 개군면은 강상면과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평군 단월면 봉상리 일대에 1만8471㎡(5061만원)의 임야가 있다. 우 의원 측은 “1978년 해당 토지의 일부 지분을 증여받은 것으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선산”이라며 “지역 개발에 관여한 바 없어 이해관계는 없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의 배우자도 개군면 부리 일대에 2193㎡(2741만원)의 임야를 가지고 있다.
광역의원들도 양평 곳곳에 땅과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김재훈 경기도의원(국민의힘)은 양평군 청운면 갈운리에 2억1949만원 상당의 종교용지와 과수원을 보유했다. 경기도의원 중 양평이 지역구인 이혜원 의원(국민의힘)과 박명숙 의원(국민의힘)은 각각 10억1448만원, 2억7643만원에 달하는 토지와 건물을 본인 또는 직계 가족이 소유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남창진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의 배우자가 양서면 국수리·증동리에 3억7729만원 상당의 도로, 농지,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다. 남 의원은 올해 재산 공개 당시 총자산 신고액이 93억4121만원으로, 서울시의회에서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남궁역·이경숙 서울시의원, 조성명 강남구청장, 김종배 인천시의원, 강웅철·오준환·윤태길·이제영 경기도의원. 이병철 대전시의원, 전진선 양평군수 등이 양평 땅을 일부 소유했다. 정부 부처에서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배우자가 양평군 서종면에 1억9979만원 상당의 땅이 있으며, 하병필 행정안전부 기조실장의 배우자도 양서면 대심리·증동리에 5억6380만원 땅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은 경제적·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양평 땅이 한동안 정치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양평 일대에서 30년 가까이 부동산을 운영했다는 강한수씨(58)는 “양평은 서울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전원 휴양 도시이면서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땅값이 싼 편”이라며 “정치인이나 연예인, 강남 부자 등이 이전부터 많이 매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평 공무원이나 의원들 입장에서는 양평에 땅 없는 게 바보라고 할 정도”라고 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을 대규모로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직무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부적절하다”면서 “공직자들이 해당 땅을 사들인 시기, 용도 변경 여부 등을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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