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고립된 작가의 방 조명
내달 19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어두컴컴한 전시장에서 한바탕 씻김굿이 펼쳐진다. 이승애 작가(44)가 연필로 그린 제의의 도구가 미디어아트 속에서 굿을 벌인다. 넋당삭(씻김굿에서 망자를 저승으로 보내준다는 상여 모양의 배) 안에서 펼쳐지는 일을 상상해서 스톱모션 기법으로 한 땀 한 땀 그려넣은 '망자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19년간 한국과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이승애의 개인전 '서 있는 사람'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지하 1층, 1층, 3층에서 오는 8월 19일까지 열린다. 현실의 물리적 경험과 정신세계의 추상적 경험이 교차하는 영상과 회화 등의 신작을 선보이는 전시다. 최근 광주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벽화 '서 있는 사람 I'을 비롯한 '서 있는 사람' 3부작 등을 공개한다. 2013년 구찌 영아티스트, 2016년 런던 발레리 베스톤 영아티스트 미술상 등을 수상한 주목받는 작가다.
신작 드로잉 애니메이션 '디스턴트 룸' 연작은 '작가의 방'을 소재로 삼았다. 작가의 상징적 도상인 조명이 켜진 방 안에 기이한 물체들이 콜더의 '모빌'처럼 균형을 이뤄 배치되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캔버스, 화병, 나무 기둥, 갖가지 모양의 원뿔과 작가의 방을 훔쳐보러온 토끼 등이 숨어 있다.
이승애는 "코로나19로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런던으로 다시 출국할 수 없어 고립됐다. 빈 작업실을 지인이 정리해주고 사진을 보내줬는데 기억도 시간도 중첩되는 혼란을 겪었다. 제 작품이 폐쇄적으로 느껴진다면 그 영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도가 낮은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놀라게 하는 건 휴대폰 진동 소리다. 작가는 "부유하는 저의 정신을 현실과 연결시키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영상 속 많은 형상들은 작가가 고집해온 기법인 '탁본'을 통해 그리고 이를 다시 잘라 영상과 캔버스에 붙이는 콜라주로 제작됐다. 그동안 고집해온 흑연이라는 재료를 매개로 자연의 물성을 활용하는 방법론이다. 이 작가는 "나무든 물건이든 본을 뜨면 영혼이 묻어나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제의적 소재와 집요한 수작업이 맞물린 독특한 형식의 전시다.
4층에서는 돈선필(39)의 개인전 '인더스트리얼 미소녀'가 나란히 열린다. '오타쿠 문화'의 중심에 있는 피규어 산업을 소재로 삼아 영상 1편과 조각 24점을 전시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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