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수중액션 출항, 천만 관객 마음 훔칠까
우리나라 영화 팬들은 '밀수' 같은 한국 영화를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서사, 연기, 액션 등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영화 '밀수'가 7월 26일 개봉한다.
잘 벼린 면도칼 같은 갈등 구조에 타율 높은 유머를 더했으며 액션까지 진일보해 흠잡을 곳이 별로 없다. 복선과 '떡밥'을 모두 회수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하니 티켓 값 1만5000원이 아깝지 않을 전망이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김혜수·염정아·조인성·박정민·김종수·고민시 배우가 열연한 영화 '밀수'를 지난 18일 언론 시사회에서 미리 살펴봤다.
1970년대 군천 바닷가 마을 고깃배 맹룡호의 갑판.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전복, 성게, 문어 등을 채취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촌읍 해녀들이다.
그들은 절망한다. 도시 인근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바다가 오염돼 전복이 죄다 썩어버려서다. 해녀들 살림살이는 갈수록 쪼그라든다. "먹고살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거냐"고 푸념하면서 해녀들은 밀수로 밥벌이를 한다.
상대 선박이 약속한 위치에 외산 담배나 주류, 통조림 따위 밀수품을 떨어뜨리면 장도리(박정민)와 해녀들이 수작업으로 물건을 올려 남대문시장에 갖다 파는 식이다.
점점 판을 키워나간 밀수업의 결과 캐릭터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화해하는 뻔한 서사를 예상했다면 오판이다. 영화는 시작 후 약 35분 만에 결말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혼돈의 바닷속으로 관객을 데려다 놓는다.
금괴 밀수 도중 뜻하지 않게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화의 물줄기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춘자는 혼자 빠져나와 줄행랑을 치고, 세관에 검거된 진숙은 리더라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교도소에서 2년을 산 진숙은 춘자를 증오하고, 군천 해녀들은 춘자를 밀고자로 확신한다.
그사이 서울에서 밀수업으로 떼돈을 번 춘자는 전국구 밀수꾼 권상사(조인성)에게 걸려들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군천행을 택한다. 작은 도시 군천이 기회의 땅으로 변하고, 그 과정에서 모두가 모두를 속이는 활극이 빚어진다. 맹룡호 선박을 둘러싸고 누가 '마지막 다이아몬드'를 차지할까.
상영시간 129분이 지나도록 결말 예측이 불가능한 갈등과 서사는 '밀수'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가족을 잃은 진숙의 트라우마를 두 사람의 서사에 개입시켜 설득력을 높였다. 류 감독 전작 '부당거래'에서의 주양 검사와 최철기 반장의 갈등 구조를 떠올리게 하는데, 서로 다른 둘의 입장이 공감을 불러일으켜서다.
배우들의 연기 내공은 가볍게 느껴질 법도 한 여름 킬링타임용 영화를 묵직한 질량감의 대작으로 바꿔냈다. 3년 만에 만난 진숙과 춘자는 일단 따귀를 2대씩 갈기며 재회하는데, 이때 김혜수와 염정아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가히 폭발적이다. 두 배우의 '워맨스'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예상됐지만 거부감이 없다. 명배우는 괜히 명배우가 아닌 것이다.
특히 권상사 배역의 조인성은 액션 연기를 새로 썼다. 3㎝ 남짓한 면도칼 하나로 등장 30초 만에 객석을 소름 돋게 만드는 그는 '비열한 거리' '더 킹'에서 보여준 다소 가벼운 느낌의 양아치 연기를 지양했다. 조인성이 단도 하나로 벽에 그은 선은 한국 액션영화사에 긋는 한 획의 유의미한 기록이 될 만하다. 박정민이 술집 유리잔을 씹어 먹는 소리는 언젠가부터 한국 영화가 보여줬던 진부함을 깨부수려는 경고음으로 들린다.
박정민·김종수·고민시 배우가 연기한 다른 캐릭터들도 살아 있는 활어처럼 팔딱거린다. 반찬 한 점 허투루 만들지 않은 진귀한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영화는 시종일관 코믹한 감정을 유지했는데 이질감 없이 매번 터진다. 흰 소복을 입은 다방 마담 옥분 역의 고민시 연기는 큰 웃음을 준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입었을 만한 레트로풍 나팔바지에 회갈색 선글라스를 쓴 '뽀글머리' 박정민은 코믹과 진중함을 넘나든다. 모두 주연이고 모두 신 스틸러다.
군천 바다 수중 액션은 '밀수'의 특장점이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관객들은 자신이 청량한 물속을 함께 헤엄치며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혀 수영을 못했던 김혜수·염정아 배우는 '밀수' 촬영을 위해 특훈을 받았다고 한다. 진숙이 교도소에서 보낸 2년의 계절을 단 한 컷으로 처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밀수' 시사회 직후 객석에선 이례적으로 큰 박수가 터졌다. 신시사이저가 난무하는 배경음악(BGM)은 '밀수' 음악감독으로 합류한 가수 장기하의 것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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