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EU 경쟁 담당 고위직에 미국인 교수 임명되자 “유럽에 사람 없나”···해당 교수 다음날 사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유럽연합(EU) 경쟁총국 고위직에 미국 국적 교수가 임명된 데 대해 “유럽에 사람이 없느냐”고 비판했다. 해당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다음날 사퇴의사를 밝혔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CELAC(중남미·카리브해 국가공동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 일을 할 수 있는 유럽 연구자가 한 명도 없나”라면서 “만약 그렇다면 유럽의 모든 교육 시스템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주 경쟁총국 수석 경쟁 담당 분석관으로 미국 국적 피오나 스콧 모턴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수석 분석관은 총국장보다 한 단계 아래인 국장급 직책이다. 경쟁법 위반 사례와 관련해 경제학적 측면을 검토하고 집행위가 경쟁법 위반 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규정을 만들 때 조언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경쟁법 집행 과정에서 장관급인 집행위원에게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어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모턴 교수는 오는 9월1일 부임할 예정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모턴 교수의 학문적 자질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EU 시민이 아닌 사람을 고위직에 임명하는 것은 EU 법령에 따라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이었다면 그런 자리에 외국 국적자를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EU 회원국 출신이 아닌 인물이 경쟁총국 수석 경쟁 담당 분석관 자리에 임명된 건 모턴 교수가 처음이다. 특히 모턴 교수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유럽국민당(EPP)과 녹색당 등 유럽의회 주요 정치그룹은 지난 14일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에게 서한을 보내 모턴 교수의 미국 빅테크 기업 근무 경력을 거론하며 “이해충돌 가능성이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최고의 경제 고문을 찾기 위해 EU 시민이 아닌 사람에게도 이 자리를 개방한 것”이라면서 “집행위와 유럽인들이 최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집행위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유럽의회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까지 반대 의사를 밝히자 모턴 교수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모턴 교수는 19일 오전 EU 집행위에 보낸 서한에서 “비유럽인을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리에 임명함으로써 발생한 논란과 집행위원회가 EU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수석 이코노미스트 직책을 맡지 않고 사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사설] 이재명 선거법 1심 ‘당선 무효형’, 현실이 된 야당의 사법리스크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