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추비 검증① 검찰이 지운 ‘윤석열 식당’ 48곳 공개
검찰이 식당 이름과와 카드 결제 시간을 지우고 공개한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의 업무추진비 영수증 더미에서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단서로 윤석열 대통령 등 고위 검사들이 세금으로 이용한 식당 79곳을 찾아 공개한다.
79개 식당 중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업무추진비를 쓴 식당은 48곳이다.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의 일식, 중식, 한정식집이 대부분이었다. 윤 대통령이 가장 많이 찾은 ‘외부 식당’은 본인이 살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상가에 있는 고깃집이었다. 모두 15번 다녀갔고 세금 673만 원을 썼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쓴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 1,030쪽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는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외에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지출 증빙자료도 받아 내 검증 중이다.
기밀 수사에 쓰이는 검찰 특활비와 달리, 업무추진비는 고위 검사들이 검찰 내·외부 인사들과 간담회, 만찬, 회식 등의 경비로 쓴다. 즉, 세금으로 고위 검사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 알 수 있는 예산 자료다. 부처 장관, 공공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은 모두 업추비를 쓴 장소와 금액을 스스로 공개한다.
하지만 검찰만은 유달리 수사 기밀을 핑계로 ‘장소’를 비공개해 왔다.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장소’를 포함한 검찰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처음으로 받아낼 수 있었다.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른 공개 기간인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년 9개월간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 5명이 업무추진비를 쓰고 남긴 예산 증빙 자료는 1,030쪽 분량이다. 5명은 김수남, 문무일, 윤석열, 이영렬, 배성범이다. 5명이 업무추진비로 2억 3,510만 450원을 썼고, 증빙 영수증 510건을 남겼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영수증 22장의 767여만 원, 문무일 검찰총장은 115건, 5,625여만 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및 검찰총장은 310건, 1억 4,000여만 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49건, 1,527여만 원,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25건, 1,139여만 원을 썼다.
가리고 지운 영수증 내 식당 정보와 결제시간... 그럼에도 하나씩 찾아
그런데, 업무추진비 증빙 영수증 521건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검찰은 영수증에 나오는 식당 이름과 결제 시간을 모두 가리고 줬다. 식당 이름을 공개하더라도 문제없다고 판시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것이다.
7월 1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대법원 판결 무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박주민 의원의 질의에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사법부의 확정된 판결은 존중돼야 하고, 이행돼야 한다”며 “판결 주문에서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하고 공개하라고 했다면, 가능한 범위내에서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했을 정도다.
문제는 또 있다. 너무 흐리게 복사돼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영수증은 521건 중 273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248장은 아무 정보도 없는 ‘백지’였다. 충실한 업무추진비 검증이 어려웠다. (관련 기사 검찰, '윤석열 식당' 이름·결제 시간 가린 ‘백지 영수증’ 줬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영수증 원본의 열람 및 대조와 함께 카드사로부터 받은 매출전표 기록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요청을 검토해 보겠다는 대검과 달리, 서울중앙지검은 ‘모든 자료를 다 줬다’며 원본 열람 등 추가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아예 원본 대조를 해달라고 했는데 엉뚱한 답만 그냥 우리는 그냥 할 만큼 다 했다, 이런 취지여서 원본 대조를 사실상 거부한 걸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대법원의) 공개 판결 나고 공개 결정까지 본인들이 공개하겠다고 결정했는데, 공개된 자료가 볼 수 없는 자료 판독이 불가능한 자료를 줘 놓고 지금 원본 대조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법원 판결문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봅니다.
-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뉴스타파 전문위원)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전혀 식별할 수 없는 248개 영수증의 내용 확인을 위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카드사로부터 받은 카드 명세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다시 청구해야 했다. 통상 정보공개청구의 결정 통보가 나오기까지 최소 열흘이 걸린다.
그동안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순 없었다. 조금이라도 흔적이 있는 273개 영수증에서 주소, 전화번호, 사업자등록번호, 가맹점 번호, 식당 대표자 이름을 하나하나 모아가며, 검찰이 지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검사들이 세금으로 먹은 식당을 확인해 나갔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가 찾아낸 식당은 79곳이다. 이 중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다녀간 식당은 48곳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48곳에서 모두 138번 결제했고, 밥과 술값으로 세금 6,864여만 원을 썼다. 1회 평균 식대는 49만 원이었다.
검사 ‘윤석열 식당’ 48곳 확인… 아크로비스타 고깃집 15번 방문
업무추진비 영수증으로 봤을 때,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이용한 식당은 대검찰청 구내식당이다. 검찰총장 임명 직후인 2019년 8월부터 9월까지 두 달간 19번 이용했고, 업무추진비 873만 원을 지출했다. 그 다음으로 윤 대통령이 많이 찾은 식당은 본인이 살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상가 안 고깃집이다. 모두 15번 갔고, 673만 원가량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1회 평균 42만 원어치의 고기를 먹은 셈이다.
□ 뉴스타파 기자: 여기가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오시는 식당이라고?
■ 식당 직원: 네네 맞습니다.
□ 뉴스타차 기자: 오셔서 뭘 드시나요?
■ 식당 직원: 워낙 오래 오셔서, 골고루 다 드셔요.
□ 뉴스타파 기자: 고기 드시나요?
■ 식당 직원: 고기드실 때도 있고, 전골 드실 때도 있고.
-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고깃집 직원과 대화
윤석열 지검장이 세 번째로 자주 찾은 곳은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있는 중식당이었다. 바닥엔 대리석이 깔리고 내부장식도 화려하게 꾸몄다. 방을 예약 하려면, 한 사람에 5만 원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서울지검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이 식당을 10번 찾았고, 한 번 갈 때마다 평균 71만 원어치의 세금을 썼다.
고위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은 이밖에 역삼동에 있는 일식집에서 6번 결제하고 세금 495만8,000원을 썼고, 방배동에 있는 고깃집에서는 7번 결제하고 352만1,000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또 강남역 주변 중식당은 6번 가고 309만6,000원을 지출했다. 모두 검찰 직원 또는 검사들과의 만찬이었다.
부하 검사들과는 서초동 고급 식당...외부인과는 청사 식당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적게는 20~30만 원에서 많게는 250만 원까지, 주로 서초동 일대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로 밥과 술을 먹었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던 2018년 부하 검사들을 격려한다는 명목으로 그해 전체 업무추진비의 95% 이상을 외부 고급 식당에서 지출했다.
반면, 자원봉사자 또는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운영위원 등 외부인사들과 함께 식사하고 업무추진비를 쓸 때는 서울중앙지검 2층에 있는 샌드위치집을 이용했다. 모두 6번에 208만2,000원의 세금을 썼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국민 세금으로 쓴 식당 48곳을 포함해 김수남, 문무일, 이영렬, 배성범 등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고위 검사들이 쓴 업무추진비 지출증빙 영수증 510장에서 찾아낸 식당 79곳을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또 대검과 중앙지검으로부터 받은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자료 원본 1,030쪽 전체를 <최초 공개 검찰의 금고를 열다> 특별 페이지에 공개한다. 매달 고위 검사들이 집행한 업무추진비 명세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3개 시민단체는 3년 5개월의 행정소송으로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자료 16,735장을 처음으로 받아 내 수십 년간 감춰져 왔던 검찰 예산의 비밀과 실체를 들춰내는 <검찰 예산감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추가 공개될 수십만 장의 검찰 예산 자료의 검증도 이어갈 예정이다.
<최초 공개 검찰의 금고를 열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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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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