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지자체에 하천정비 떠맡기고 나몰라라… 대책없는 文정부 지방분권이 화 키웠다

최효정 기자 2023. 7. 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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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5.8兆 재정사업 지자체에 이양
재해 예방 목적인 지방 하천정비도 넘겨
예산·인력 비슷한데 업무만 늘어...관리 부실 초래
“지방하천 국가 관리 강화 시급”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지방 하천 정비 업무를 지자체로 이양한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 정부는 지방 분권을 강화한다며 중앙정부가 하던 지방하천 정비 업무를 각 지자체로 이양했다. 지방하천 정비 업무는 재해 복구가 아니라 예방을 목적으로 한 제방 축조·퇴적토 준설 등을 포괄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충북도를 포함한 상당수 지자체가 예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업무를 떠맡게 되는 바람에 적기에 시설 투자와 관리를 진행하지 못했다.

19일 정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2020년 정부가 재정사업을 지자체에 넘기면서 수천억원이 드는 지방하천 정비 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 근거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한국하천일람에 의하면 충북도가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로부터 관리 책임을 떠넘겨 받은 지방하천은 261개에 달한다. 그러나 충북도가 지방하천 유지관리 사업에 편성한 예산은 올해 20억원에 불과하다. 이 돈 대부분이 지방하천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관리하는 데 투입되고 홍수 등 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신규 인프라 투자까지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손을 뗀 사이에 열악한 재정 등을 이유로 역량이 부족한 지자체가 하천 정비에 손을 놓으면서 홍수 피해는 커졌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2년 6년간 지방하천 홍수 피해액은 2731억원으로 같은 기간 국가하천 피해액인 529억원의 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미호천은 일부 구간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가하천이지만, 일부 구간은 충북도와 청주시가 관리해야 하는 지방하천에 해당한다.

16일 오전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가 수색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뉴스1

◇ 준비 없는 문재인 정부 지방분권이 화 키웠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 차인 2018년 재정 분권 추진방안을 수립했고, 2019년부터 지방소비세율 확대 등 정책을 적용한 뒤 2020년부터는 지방세 확충과 연계해 5조8000억원 규모 재정사업을 지방에 이양했다. 참사 원인이 된 하천관리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를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2018년 11%에서 2019년 15%, 2020년 21%로 올려 지방재정을 확충했다.

문제는 수해 피해 대부분이 지방하천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함에도 정부는 허울 좋은 지방분권을 추진하면서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같은 보고서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홍수 피해에서 국가하천의 비중은 7.0%인데 비해 지방하천의 비중은 93%라고 지적했다.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지자체 입장에서 수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지방하천 정비사업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폭우 피해에도 불구하고 수방·치수 예산을 900억원 가까이 삭감해 논란이 됐고, 울산 등 다른 지자체도 수방·치수 예산을 지속 삭감했다. 이에 많은 지자체가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하는 실정이다. 행정력도 예산도 부족해 지방 하천 정비를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준비 없이 수천억원이 드는 재정 사업을 떠넘기는 꼴만 된 셈이다. 현재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평균 48.7%에 불과하다. 충북의 재정자립도는 작년 기준 30.2%로 서울(76.3%)의 절반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전국에서 하위권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프라도 행정력도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재정사업을 펼치라고 하니 애초에 예견된 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안전은 예방이고, 여기에 중앙정부 역할이 필요한데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 작년에도 기회있었지만 흐지부지… 당정 “하천 관련 예산 국가 관리 검토”

작년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수해가 발생하면서 지방하천 관리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정부는 이 기회를 놓쳤다. 환경부는 당시 국가지원 지방 하천 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이후 3조원에 달하는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방하천 정비율은 국가하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하천 재해 발생은 대부분 지방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앙정부 소관 시에도 관련 예산·실적이 계속 감소했고, 2020년 이후엔 파악도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관련 사업 예산 및 실적을 모니터링하며 지자체 관리가 미흡할 경우 중앙·지방 간 협력을 강화하거나 기능을 재배분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환경부는 국가하천뿐 아니라 홍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방하천은 국가가 우선 정비하고, 홍수 대응이 시급한 지방하천의 국가하천 승격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재 여당에서는 정부와 함께 지자체에 교부되는 하천 관리 예산의 대부분을 사실상 국가가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행정안전부에서 지자체에 교부세를 내려보낼 때부터 용처를 ‘하천 관리’로 못 박는 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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