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색채’ 옅어지는 대법원…차기 대법원장으로 쏠리는 시선
김명수 대법원장 9월 퇴임…후임 대법원장 오석준·김용덕 거론
”법관 인사·재판 지연 등 문제 해결 적임자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권영준·서경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최종 재가했다. 두 대법관은 전날 임기종료로 퇴임한 박정화·조재연 전 대법관 후임으로, 19일 오후 2시 취임식 이후 곧바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중도 성향이라고 평가 받는 두 대법관들이 임명됨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진보 색채’가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차기 대법원장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보성향 대법관 갈수록 줄어…'기울어진 운동장’ 옛말
그간 김명수 대법원장을 중심이 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진보로 기울었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대법관 13명(대법원장 포함) 중 진보 대법관은 6명이다. 김 대법원장, 노정희·이흥구·오경미·김선수 대법관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민유숙 대법관도 진보성향을 띤다. 전날 퇴임한 박정화 전 대법관도 진보 인사로 분류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진보로 기울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근래 주요 사건에서 노동계와 진보진영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고용노동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통보한 법외노조 처분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최근에는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원에게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조합원별로 책임 정도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그러나 박정화 전 대법관과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 조재연 전 대법관 퇴임한 자리를 권영준·서경환 신임 대법관이 채우면서 대법원 ‘진보색채’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권영준 신임 대법관과 서경환 신임 대법관은 각각 민법 분야, 도산사건 전문가로 정치색이 뚜렷한 인물은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권영준 신임 대법관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재직 당시 법률의견서를 써 주고 18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던 것 외에는 큰 잡음이 없었다.
A 부장판사는 “법관 개개인의 성향이 사건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특정 단체 출신이 줄었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하고 그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에 따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성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 후임으로 중도나 보수 성향 인물이 결정되면 진보 대법관 수는 5명으로 줄어든다.
◇대법원장 누가 될까…오석준·김용덕 하마평
대법관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다음 관심사는 9월 퇴임을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쏠리고 있다.
대법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오석준 대법관과 김용덕 전 대법관이다. 오 대법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하고 법조인이 된 후에도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법관은 윤 대통령 법률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다.
법조계는 오 대법관보다 김 전 대법관에 무게추를 올린다. 대법원장은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오 대법관에 대한 국회 동의를 받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윤 대통령과의 친분은 물론 ‘버스 기사 800원 횡령 사건’ 판결 등 야당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오 대법관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당시 버스회사가 운송수입금 800원을 횡령한 기사를 해고한 것을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오 대법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판결 사례를 언급하며 적임성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반면 법원행정처 국장과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거친 김 전 대법관은 야당이 반대할 명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그의 나이가 내년 67세고, 대법원장 정년이 70세인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장으로 임명돼도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하고 윤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퇴임한다. 이 점에서도 야당의 반대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B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라면서 “법관 인사 예측성이 떨어지고 재판 지연이 현실화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사법부 중심과 방향성을 잡아줄 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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