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연루 부인하던 이화영, 일부 진술 번복…배경에 관심
이 대표 소환 임박 관측…檢, 조만간 이 대표 측과 일정 조율 전망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에 연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 조사에서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제시한 공문 등 객관적 증거들에 더는 부인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부지사는 최근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에서 진행된 제3자뇌물 혐의 조사에서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추진 협조를 요청했는데 관련 내용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동안 이 전 부지는 쌍방울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과 자신이 연관됐다는 일체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으나, 일부 입장을 번복하고 새로운 진술을 한 것이다.
이화영 입에서 나온 '이재명'
쌍방울 800만 달러 대북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북한 측 인사에게 경기도가 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신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일부 달라졌다는 사실은 지난 18일 이 전 부지사의 41차 공판에서 변호인의 언급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는 "그동안 피고인은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여부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 피의자 신문에서)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에게도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부터 10개월 가까이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때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이 전 부지사가 기존 진술을 뒤집으면서 이재명 대표를 거론한 것이다.
검찰이 내민 객관적 증거에 흔들렸나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하면서 김 전 회장 등 쌍방울 임직원의 진술 외에도 대북송금 혐의를 입증할 여러 증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말 경기도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공문들을 근거로 이 전 부지사를 추궁했다고 한다.
검찰이 확보한 문서 중에는 경기도가 2019년 11월 27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영철 위원장에게 보낸 '경기도지사의 방북 초청 요청' 공문도 있었다.
이 전 부지사가 결재했던 이 문서에는 이 대표의 직인이 찍혀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문에는 "귀 위원회와 협의한 현대적 시설 농림복합형 시범농장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며 "본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지사를 대표로 하는 경기도 대표단의 초청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적혔다.
검찰과 변호인 측의 요청으로 국정원에서 확보한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내부 문건'도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북 브로커였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은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와 "이 전 부지사가 북측 인사에게 스마트팜 사업비를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해 김성혜 북한 조선아태위 실장이 난처해했고, 쌍방울이 경기도 대신 지급했다는 내용을 국정원에 다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안 회장의 증언을 확인하고자 재판부는 당시 사정을 아는 국정원 직원 A씨가 작성한 내부 문건을 제출받았고, A씨를 증인으로 불러 비공개 신문을 진행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최소한의 범위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고 한 것으로 보이며, 일각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갖가지 폭로를 하고 있는 '제2의 유동규'가 될 거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그와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소환 임박…검찰, 일정 조율 검토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에 이 대표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법정에서 확인된 만큼, 이 대표의 소환 통보도 머지않아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향후 이 대표 측과 일정을 조율해 소환 조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아울러 당시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서도 사실확인 차원에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날 경북 안동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 후 기자들을 만나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 데 자꾸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 역시 전날인 18일 민주당에 낸 자필 탄원서를 통해 "남편이 고립된 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검찰이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의 증언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방북 대납 프레임을 씌워 기소하려고 남편을 구속했다는 정황이 너무나 많다"고 주장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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