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강물로 밀어내라”···미 군의관, 텍사스주 지시 폭로
근무일지·운영 문제점 보고 내용
“철조망에 걸린 19세 여성 유산
여성·두 아이와 넘어오다 익사”
밀입국자 처참한 상황 고스란히
주 방위군 “그런 지시·명령 안 해”
미국 텍사스주 정부가 리오그란데강을 넘어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이들을 강물에 다시 밀어내라는 비인도적 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 CNN은 18일(현지시간)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 텍사스주 이글패스에서 근무한 한 군의관이 주정부 공공안전부(DPS)에 보낸 e메일을 입수해 이 같이 보도했다.
이 군의관은 e메일에서 “사람들이 멕시코로 돌아가도록 이들을 강물에 밀어 넣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이민자들에게 마실 물을 주지 말라는 명령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e메일은 이 군의관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리오그란데강 국경에서 근무한 일지와 운영상의 문제점을 주간 보고한 것이다.
e메일에는 텍사스주 방위군이 한 무리의 밀입국자를 멕시코 쪽으로 몰아낸 뒤, 38도의 무더위 속에 4세 여아가 기절한 사례가 보고됐다. 강물에 설치된 부표의 철선에 걸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남성이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사례, 철조망에 걸린 19세 여성이 유산한 사례 등도 담겼다. 두 아이를 데리고 국경을 넘으려던 여성이 철조망이 없는 구간에서 강을 건너려다 셋 모두 익사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 군의관은 42도가 넘는 찜통 더위 속에 엄마 젖을 먹는 아기를 포함한 120명의 이민자가 강가에서 야영을 하고 있었고, 이들을 강으로 돌려 보내라는 지시가 내려 왔다고 밝혔다. 군의관은 “이들을 돌려 보내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며 익사의 위험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명령이 철회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 군의관은 e메일에서 “나는 우리가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이들을 마땅히 그렇게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표에 달린 철조망에 대해서도 “물살이 빠르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걸리는 함정이 될 뿐이므로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텍사스주는 리오그란데강을 통한 밀입국을 막을 목적으로 지난 8일부터 이글패스 강둑에 1000피트(304.8m) 길이의 부표를 연결한 ‘수중 장벽’을 설치하고 있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수중 장벽 설치가 1944년 체결된 미·멕시코 물 협약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중장벽 설치를 주도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를 겨냥해 “(미국에 있는) 우리 동포는 그에게 투표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 군의관의 e메일 보고서가 텍사스 지역 언론인 휴스턴크로니클에 처음 보도되며 논란이 일자, 미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통해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감찰실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지시나 명령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텍사스주 방위군도 “불법 이민자들을 다시 강으로 밀어내거나 식수를 주지 말라는 지시나 명령은 없었다”고 CNN에 밝혔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으려다가 최소 748명이 사망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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