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수해 참사 네 탓' 공방만…수해 방지 입법엔 '손 놓아'
책임 소재 공방 가열…'예방책 마련 입법 미비'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국회가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호우 대책'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늦장 대책으로 피해 예방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가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를 비롯한 수해 사고를 두고 '네탓 공방'을 벌이는 사이 정작 국회 고유 권한인 입법에는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재난 피해 방지 관련 법안 최소 29건이 각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하천법 개정안 11건, 건축법 7건,재난안전관리법 개정안 7건, 소하천정비법 개정안 3건,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 1건 등이다.
특히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제정안은 침수와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환경부가 10년마다 국가 도시침수방지대책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해 대책 관련 법안들은 대부분 장마·태풍 등 피해가 발생한직후 우후죽순 발의됐지만 계절이 바뀌고 관심이 줄자 진척이 안 되는 상황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여야는 재난 대처를 놓고 정쟁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해 참사로 사망·실종자만 50명 넘게 늘어나자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와 '태양광 사업' 등을 재난 원인으로 지목하며 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참사를 '인재'로 규정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재난대응 실패를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찾아 "지난 문재인 정권 초기인 2018년 국토교통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로 나뉘었던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며 "환경부가 전국 지류·지천, 하수 관리 전반을 담당할 역량이 되는지 많은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번 폭우 사태를 겪으며 많은 의문이 현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반복되는 수해의 근본 배경에 방치된 지류·지천이 있다고 보고 상황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지류·지천 정비사업은 2011년 10월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후속으로 추진됐으나 야당과 환경단체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송석준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MB정부에서 4대강을 정비할 때 지금의 야당은 '4대강은 백해무익한 정비사업'이라고 했지만 이번 수해에서 상대적으로 수도권 피해가 적었다"며 "한강 정비사업으로범람 위기에 처했던 많은 지역이 신속한 배수 작용으로 피해가 최소화됐다"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정권이 나라 빚을 400조나 늘린 상황에서 건전하게 재정을 유지하며 어려운 국민들을 돕기 위해서는 각종 보조금·세금 특혜를 줄이는 게 필수"라며 "그들(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이권을 지켜주려다 하천 정비도 못하게 되고, 멀쩡한 산을 민둥산으로 만들어 중국산 태양광 패널로 도배하게 된 것이 홍수와 산사태의 직접적 원인으로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참사 대응 시스템을 지적하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쇼핑' 논란 등을 꺼내 공세를 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경북 안동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목숨을 잃고 다치고 삶의 터전을 잃고 아파하고 있는 자리에 국가는 없었다. 대통령도 없었고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며 "수해로 고통받는 순간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명품쇼핑' 같은 뉴스고 윤 대통령의 말 따로, 행동 따로, 언행불일치 남탓 덤터기 씌우기"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은 재난관리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 바꿔야 한다고 했지만 이미 있는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뜬금없이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는 대목에선 탄식이 나올 정도였고 피해 입은 국민을 향한 위로는 커녕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대통령다운 책임이, 무게에 대한 자각이나 인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여야가 수해 현장을 방문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과 별개로 원내에선 호우 대책 법안 처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사고 심각성을 고려해 오는 27일 예정에 없던 본회의를 열어 최우선 재난 대책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작년 폭우 피해 발생 후 여야가 예방책 마련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었던 점은 여야 모두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당장 7월 말 예정된 본회의에서 수해 관련 대응 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현장 최고위에서 "재난관리 기본법과 농업재해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도심 침수와 하천 범람 방지법을 비롯해 관련 법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우선적으로 꼭 필요한 법안들을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정부·여당은 기존 계류 법안을 우선 처리한 뒤 당정 협의를 통해 추가 법안 발의도 검토하겠단 계획이다. 당정은 당초 이날 수해 복구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지원 계획을 논의할 예정었으나 현장 복구가 최우선이라는 방침 하에 전날 밤 회의를 취소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주무 부처 장·차관들이 현장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 등을 고려했다"며 "기 법안을 우선 처리한 뒤 추가 지원 대책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피해 복구 재원 조달 방법을 놓고 여야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책임 소재 규명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둔 여야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l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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