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수요 둔화 ‘경고음’ …“다음 이차전지 테마는 폐배터리株”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코스모신소재 등 양극재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주가의 단기 조정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양극재 수출액이 4개월째 하락 추세를 이어가면서 오는 3분기 양극재 가격이 저점 수준에 이르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이차전지 섹터를 주도해 온 양극재 기업이 오는 3분기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같은 섹터에서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덜했던 폐배터리 관련주가 도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은 이달 들어 각각 44.98%, 35.98% 올랐다. 같은 기간 엘앤에프가 14.81%, LG화학도 3% 상승했다. 모두 국내 대표 양극재 제조사다. 양극재 업계의 후발주자인 중견기업 코스모신소재도 8% 넘게 올랐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 확대 전망에 투심이 몰린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양극재 기업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한다. 최근 단기간에 과도할 정도로 주가 급등세가 이어진 데다, 지난 2분기부터 양극재 수출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와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양극재 수출액과 수출량은 각각 전월 대비 12%, 7% 줄어든 10억4000만달러, 2만2000톤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양극재 수출 가격도 킬로그램(㎏) 당 47달러로 전월 대비 7.2% 하락했다. 양극재 수출량은 지난 3월 이후 꾸준히 줄어, 최근 1년 내 최저 수준이다.
양극재 수출이 부진한 데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유럽에서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얼티엄셀즈의 램프업(생산 증대) 효과가 지연되고 있는 데 따른 영향도 있다. 얼티엄셀즈는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법인과 제너럴모터스(GM)가 50%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출하량 둔화 시그널이 보이는 상황에서, 2~3분기 주요 양극재 기업의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 주가 급등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3분기 양극재 수출 가격이 지난 분기보다 15~20% 추가적으로 하락하며 가격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수익성은 4분기 재차 회복되겠지만, 양극재 기업의 주가가 단기적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를 감안할 때 오는 3분기 양극재 업체의 실적 변동성은 2분기 대비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이들 업체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하지만, 최근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판가 하락에 따른 단기 실적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양극재 기업이 잠시 주가 조정을 거치는 동안 이차전지 섹터에서 폐배터리 기업의 주가가 도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보영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아직은 폐배터리의 발생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의 경제성이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5~2017년 즈음에 판매되었던 1세대 전기차들의 수명 종료가 오는 2025~2027년으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폐배터리 시장의 개화를 앞둔 시점에 국내외 주요 리사이클링 업체들의 실적은 2024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배터리 제조업체의 주가는 이미 몇 년 후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어 이들 기업 주가의 단기간 ‘숨 고르기’가 전망되고 있다”면서 “아직 태동기인 폐배터리 산업이 양극재 업체들의 뒤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표적인 폐배터리 관련주는 성일하이텍, 새빗켐 등이 꼽힌다. 최 연구원은 성일하이텍에 대해 “전처리부터 후처리까지 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빗캠에 대해서도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대기업에 원재료를 조달받아 중장기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코스모화학, 아이에스동서 등도 공격적인 폐배터리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는 리사이클 홀딩스(Li-Cycle Holdings)가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북미 최대 폐배터리 리사이클 기업으로 2021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최근 독일, 노르웨이 등 유럽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유럽 증권거래소인 유로 넥스트에 상장된 유미코아(Umicore)와 뉴욕 증시에 상장된 ABTC(American Battery Technology Co.)도 주목받고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