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가 주인공인 여성영화라니…사랑스러운 아이러니 [시네마 프리뷰]

정유진 기자 2023. 7. 19. 16: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9일 개봉한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는 바비 인형과 페미니즘이라는 두 개의 이질적인 키워드를 엮어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영화다.

영화는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바비랜드'에서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스테레오 타입 바비(마고 로비 분)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일 개봉
'바비'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한때 글래머러스한 금발 백인 여성의 이미지를 대표하며 여성성이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바비 인형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여성 영화라니.

19일 개봉한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는 바비 인형과 페미니즘이라는 두 개의 이질적인 키워드를 엮어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영화다. 직접적으로 페미니즘 그 자체를 논하는 작품으로 현실에 대한 풍자와 코미디, 페미니즘적인 사유, 삶에 대한 고찰 등이 풍부하게 녹아있다.

영화는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바비랜드'에서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스테레오 타입 바비(마고 로비 분)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늘씬한 몸매에 금발 머리, 예쁜 핑크빛 의상을 바꿔 입고 매일 밤마다 다른 바비들과 '걸스 나이트'(Girl's Night) 파티를 즐기는 바비의 완벽했던 일상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찾아오면서 삐걱거린다. 하이힐에 맞춰 올라가 있던 뒤꿈치가 땅바닥에 붙어 버리고 허벅지에 셀룰라이트가 생긴다.

다른 바비들을 도와주는 '이상한 바비'(케이트 맥키넌 분)를 찾아가 물어보니, 바비를 갖고 놀던 현실세계 속 여자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고, 그로 인해 현실과 바비랜드를 이어주는 포털이 열려버렸단다. 이상한 바비는 현실에 나가서 인간 여자애를 돕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 해주고, 바비는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세계로 떠난다. 늘 바비를 쫓던 켄(라이언 고슬링 분)이 그런 바비를 몰래 따라 나선다.

마텔사가 여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바비랜드는 그야말로 여성들만의 꿈과 이상의 세계다. 그곳에서는 대통령과 장관, 정치인과 의사, 과학자 등 모든 중요한 직업들을 바비가 차지하고 있다. 바비에게 남자친구가 필요해 탄생한 켄들은 태생적으로 바비의 남자친구인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는 존재다. 이들은 언제나 바비의 시선을 갈구한다.

'바비' 포스터

현실세계로 나간 바비와 켄은 바비랜드와는 정반대인 현실세계에 놀란다. 바비랜드에서는 여성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느낄 수 있었던 공사장이, 현실에서는 성희롱성 발언을 쏟아내는 남성 인부들로 가득하다. 현실세계에서는 중요한 일을 맡는 사람은 모두 남자다. 심지어 바비를 만드는 마텔사의 임원들도 전원 남성이다. 바비랜드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바비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남성들이 보내는 야릇한 시선의 대상이면서 여성들로부터는 고정된 성역할을 인식시키고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구시대적 유물 취급을 받는다. 그 와중에 켄은 현실세계를 꽉 잡고 있는 가부장제도에 반해 버리고, 바비가 마텔사에 끌려간 사이 바비랜드로 돌아가 바비랜드에 가부장제도를 퍼뜨린다.

다분히 풍자적인 영화다. 서로 완벽하게 대칭을 이뤘던 바비랜드와 현실세계는 켄이 바비랜드에 가부장제도를 퍼뜨리면서 또 한 번 변화를 맞는다. 인형들의 세계를 잠식한 가부장제도의 우스꽝스러움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가부장제도에 푹 빠진 켄을 능청스럽게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이 이전 작품들 속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의 모습과 겹쳐 웃음을 준다. 마고 로비는 '완벽한 바비'의 이미지에 안주하던 바비가 여성이 가진 인간적인 모습들을 획득해 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인간(아메리카 페레라 분)의 도움으로 바비가 확인한 답은 나다움을 되찾는 것이다. 바비는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하고, 켄 역시 가부장제도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기다움을 찾아야 한다. 유쾌하고 발칙한 데다 사랑스럽기까지 한 풍자 코미디다. 벌써 세 번째 장편 영화를 선보이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만개한 재능을 엿볼 수 있다. 러닝타임 114분. 19일 개봉.

eujene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