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 먹을 게 없다… `실`의에 빠진 기업들

박한나 2023. 7. 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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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코오롱, 태광 등 1970년대 국내 섬유산업을 이끌던 기업들이 첨단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룹의 모태 격인 방적사업이지만, 중국 등과의 경쟁이 더 이상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정리하거나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19일 섬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46년간 회사의 뿌리였던 면사·혼방사 등 방적사업을 정리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의 모태인 나일론 원사 사업을 담당했던 자회사 코오롱머티리얼의 사업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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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노동·가격 경쟁력 안돼"
태광산업, 46년 방적사업 철수
코오롱, 매각 후 신소재로 전환
서울 광화문 태광그룹 사옥. 태광산업 제공.

효성, 코오롱, 태광 등 1970년대 국내 섬유산업을 이끌던 기업들이 첨단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룹의 모태 격인 방적사업이지만, 중국 등과의 경쟁이 더 이상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정리하거나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19일 섬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46년간 회사의 뿌리였던 면사·혼방사 등 방적사업을 정리 중이다. 부산 방여공장의 생산직원 약 210명은 이달 31일까지만 근무하고, 사무직의 경우 인력 재배치를 위해 협의가 진행 중이다.

태광산업은 내달 31일까지 인력 재배치 등을 거쳐 방적사업을 모두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부산 반여공장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지, 매각할 지 등의 방안은 현재 검토 중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방적은 직접 손으로 해야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오래 근무하신 분들이 많다"며 "회사의 뿌리산업이었던 만큼 마음이 모두 안 좋은데 수년간의 적자이고 개선의 여지가 있기 힘든 구조이다 보니,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는 결정을 현장에서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 구조 개편으로 신사업에 역량을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태광산업의 지난해 방적사업 매출은 약 97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6%에 그친다. 지난해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만큼 '변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태광산업보다 더 빠르게 결단을 내린 곳은 코오롱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의 모태인 나일론 원사 사업을 담당했던 자회사 코오롱머티리얼의 사업을 정리했다.

2019년 원사사업에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원단사업마저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코오롱머티리얼 대구공장은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슈퍼 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1979년 파라계 아라미드 기초 연구를 시작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5년 전 세계에서 셋째로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헤라크론'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아라미드 사업에 진출했다. 이에 2021년에는 구미공장 아라미드 더블업 증설 투자를 결정해 올해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증설을 진행 중인다. 증설이 완료되면 현재 연 7500톤에서 두 배 수준인 연 1만5000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위기 속 사업합리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화학업계의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도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위주의 포트폴리오 재편과 비주력 자산 매각으로 체력비축을 해 위기 속 미래를 읽고 대비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1966년 화학섬유 제조업체인 동양나이론으로 출발한 효성은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방적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신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차별화 하는 방안을 택했다.

세계 최초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공해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를 상용화해 판매 중이다.

효성은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효성티앤씨가 기존 방적사업을 맡고,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첨단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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