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의 일상화’···금세기말 대도시선 ‘시간당 30㎜’ 폭우 더 늘어

김기범 기자 2023. 7. 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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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부산 사하구 사하경찰서 앞 도로가 폭우로 인해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현재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지구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대도시에서는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지금보다 3배가량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재의 도시 침수 방지대책만으로는 적응하기 힘든 강수가 급증할 것이라는 의미다.

19일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와 일본 쓰쿠바대 등 공동연구진이 각각 지난해 4월과 10월 국제학술지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와 ‘JGR 대기(JGR Atmospheres)’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은 점점 더 극심한 강수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열대지방보다는 한반도처럼 중위도에 있는 대도시들의 위험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델링으로 중위도 지역 일본 도쿄, 열대 지역 싱가포르의 금세기말 예상 강수량과 빈도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두 지역 모두에서 1시간당 30㎜가 넘는 ‘극한 강수’가 빈번해지고, 강도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미래’에 지난해 4월 실린 논문을 보면 대표농도경로(RCP8.5) 시나리오를 가정해 기존 강수량과 미래 기온, 습도 변화 예상치 등을 통해 모델링한 결과 싱가포르에선 시간당 30㎜ 이상 강수가 2005~2014년에 비해 이번 세기말(2080~2099년)에는 약 50%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온실가스 감축 정도에 따른 기후변화를 예상한 시나리오 가운데 RCP8.5는 인류가 온실가스 저감 노력 없이 현재처럼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를 의미한다.

한국 기상청은 보통 시간당 강수량이 30㎜가 넘으면 ‘매우 강한 비’로 부른다. 시간당 20~30㎜의 비가 내리면 우산을 써도 옷이 젖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운전자는 시야 확보에 불편을 겪는다. 시간당 30㎜가 넘으면 하수구·배수구에 역류 현상이 생기고, 도로가 물에 잠기며 산사태 위험도 커진다.

장맛비와 팔당댐 방류 등으로 인해 한강 수위가 높아진 지난 16일 오후 서울 잠수교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극한강수의 증가는 중위도이자 한반도와도 인접한 도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JGR 대기’에 지난 10월 실린 논문을 보면 도쿄 지역은 RCP8.5 시나리오에서 약한 강도의 비는 줄어드는 반면 시간당 30㎜ 이상 비는 20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당히 감축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RCP4.5 시나리오에서도 증가폭은 100%에 달해 시간당 30㎜ 이상 비가 내릴 가능성은 2배로 늘어났다.

이번 연구 이전에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물을 저장하면서 강수의 강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내놓았다. 특히 전 세계의 도시들은 해당 지역 대기에 영향을 미치면서 강수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대도시 강수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밀집된 건물을 들었다. 도시의 열섬 현상은 지역의 공기 흐름을 변화시키고, 인근 수역에서 습한 공기를 끌어들여 강수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극한강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뉴노멀(새로운 일상·기준)’이라 부르면서 “‘(극한강수 같은) 극단적 사건들이 더 극단적으로 될 것’이라는 패러다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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