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4조 규모로 급성장 … 주목받는 액상형 전자담배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담배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5억4000만갑으로 전년 대비 2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2020년 기준)은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8년 새 약 3배로 늘었다. 전자담배에 대한 인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올해 세계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약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궐련형 담배는 지속적인 감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성인 전체 흡연율(연초·전자담배)은 지난해 31.3%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1998년 66.3%에서 30년 새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이 들어간 전용 스틱을 고열에 가열해 증기를 흡입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을 기화시켜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궐련형과 액상형 두 가지 타입의 전자담배 모두 비연소 제품으로 연초 담배에 비해 냄새가 적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매번 스틱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각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연초 담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위해성 때문이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실험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는 담뱃잎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타르나 일산화탄소가 생성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물질은 폐 질환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해물질로 꼽힌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자담배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데이비드 레비 미국 롬바디종합암센터 교수 연구진은 미국 내 연초 담배를 피는 흡연자가 전부 액상형 전자담배로 전환할 경우 2060년까지 미국에서만 약 3만8000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해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흡연으로 인한 유병률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자담배는 중독성 역시 연초 담배에 비해 낮기 때문에 액상형 전자담배로 전환하면 금연에 성공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산하 허시메디컬센터의 궈동 리우 교수 연구진이 액상형을 비롯한 전자담배 사용자와 연초 담배 사용자의 니코틴 의존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 연초 담배를 사용한 경우가 흡연을 자제하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또 본인이 니코틴에 중독됐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전자담배 사용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공중보건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기존 연초 담배에 비해 95% 이상 덜 해롭다고 발표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올해 초엔 금연을 위해 영국의 흡연자 100만명에게 액상형 전자담배 스타터 키트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활용하는 셈이다.
연초 담배의 대체재를 찾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흡연 트렌드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나타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새 약 153% 증가했다.
BAT로스만스에 따르면 지난해 BAT의 액상형 전자담배 매출은 전년 대비 54.9% 증가한 14억3600만파운드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2019년 미국 담배회사 쥴랩스의 '쥴'이 미국에서 폐 질환 논란을 빚으면서 사실상 퇴출되다시피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사용 중단 강력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여러 연구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가 연초 담배에 비해 위해성이 낮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비흡연자가 아닌 연초 담배 흡연자에게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에서는 '엘프바' '버믈몬' 등이 판매되고 있지만 소비자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담배회사 BAT로스만스는 오는 24일 국내 편의점에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 대형 업체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다시 내는 건 정부의 사용 중단 강력 권고로 자취를 감춘 지 4년 만이다.
[송경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싼타페를 싼타페라 못하겠네”…‘신구’ 비교해보니, 갤로퍼 ‘美친환생’ [왜몰랐을카] -
- “Fxxx 한국인”…‘월북’ 주한미군 얼굴공개, 충격받은 엄마가 한말 - 매일경제
- 카카오는 벌써 뛰어들었다고? 4년 후 5조원 된다는 이 시장 - 매일경제
- “서울로 대학만 보내면 끝날 줄 알았는데”…치솟는 월세 부모들 ‘멘붕’ - 매일경제
- ‘경찰보다 깡패가 더 무서워’…교통사고 뺑소니범, 쫓아오는 차량에 곧바로 자수한 사연 - 매
- 동료가 육아휴직쓰면 내통장에 130만원?…‘육아응원수당’ 한국 상륙 - 매일경제
- “대한민국 여권 파워 이 정도일 줄은”…189개국 무비자 통과 - 매일경제
- 포르쉐 몰던 자산가 청년...사실은 깡통주택 만든 전세사기꾼 - 매일경제
- ‘적자 1위’…시험대 오르는 SK하이닉스, 증권가는 “사라” - 매일경제
- 류현진, 22일(한국시간) 트리플A 등판 “최소 5이닝 80구” [MK현장] - MK스포츠